中 초대형 크루즈선 출항 준비, 뒤따르는 K-조선
크루즈 선박, 주거공간·여흥 시설 등으로 기존 선박과 다른 인테리어 능력 요구 STX 국내 최초 크루즈 산업 진출했지만 실패···현재 팬스타그룹이 크루즈페리 건조 전문가 "산업 활성화 위한 정부·중공업소 유기적 소통 창구 마련···초기 지원도 필요"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지난 4일 중국이 자체 건조한 첫 대형 크루즈 선인 '아이다·모두 호'가 상하이에 정식 인도되며 국내 크루즈 선 건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조선 산업은 전세계적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크루즈 제조 시장은 아직 개척 중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럽 국가들이 독점하는 크루즈 시장
세계 조선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은 낮은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선박들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등 기술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기술력이 점차 높아지며 한국과 중국은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은 새로운 고부가 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크루즈선 건조까지 성공한 것이다.
크루즈선은 배의 크기에 비례해 객실이 외부에서 제작된 후 선박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다른 배들과 차이가 있다. 이에 복잡한 내부 제조 과정과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등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능력까지 요구돼 건조가 까다롭다. 최근에는 선내에 클라이밍, 카지노, 짚라인 등 선박마다 독특한 내부 설비를 만들며 조선술 이외의 기술까지 요구돼 건조의 난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에 이를 성공한 나라는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으로 한정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대형 크루즈선 건조에 성공하며 5대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 건조한 크루즈선은 길이 323m, 총 13만 5500톤에 중국이 건조한 첫 초호화 크루즈선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국영조선공사(CSSC)의 계열사 CSSC크루즈와 상하이 와이가오차오조선이 공동 설계·건조했으며 내년 1월 1일에 상하이항 첫 출항을 앞두고 있다.
◆소강상태였던 국내 크루즈 건조의 꿈은 현재 진행중
크루즈 선박의 가격은 평균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3~5배가량 비싸며 수요 또한 연평균 6~8%가량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루즈 상위 회사들의 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2019년 하반기와 대비해 2022년 하반기 기준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와 노르웨이 크루즈는 각각 98.1%, 92.3% 수준을 기록했다. 또 중국인 고객들이 증가하며 업계에서는 2023년 이후 크루즈 여행 시장은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적 크루즈선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크루즈 산업과 관련된 법이 제정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지속돼 왔다. 지난 2015년에는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기본 계획 수립, 지원 방안 마련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STX는 국내 조선사 중 최초로 크루즈 사업에 투자하며 노르웨이의 아커 야드를 인수에 들어갔다. 이후 프랑스 조선소인 상티에드 아틀랑티크와 합병한 후 사세 확장에 나섰지만 글로벌 침체로 결국 회사는 2016년 12월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회사 소유의 크루즈 조선소였던 STX프랑스가 매각되며 국내 크루즈 조선 시장은 한동안 소강상태가 지속됐다.
현재는 종합해운물류기업인 팬스타그룹이 국내 선사 중 유일하게 크루즈페리의 건조에 나섰다. 팬스타그룹은 크루즈 관광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난 10월 4일 부산 사하구 대선조선 다대포 야드에서 국내 최초 호화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의 착공식을 진행했다. 이 배는 2025년 2월 인수될 예정으로 총 2만2000톤, 길이 171m 규모에 총 3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됐다. 내부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로 야외 수영장, 마사지룸, 포장마차, 면세점, 연회장 등 다양한 편의 시설들이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조선업계에서는 크루즈선이 LNG선에 비해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선박인 크루즈선을 추가로 건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루즈 시장이 작기도 하고 보통 크루즈선 발주 선사들이 인테리어, 미술품과 같은 유럽산 내장재를 선호하는데 우리나라서 수입하게 되면 가격이 높기 때문에 수익 대비 이윤이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크루즈선은 국내 건조 가능성을 조명하며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해양대학교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박을 만든다면 유럽의 인테리어와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국가와 중공업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와 논의 공간이 부재하기 때문에 산업을 주도할 주체가 조성돼야 하며, 초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루즈선의 경우 LNG선 등 한국이 뛰어난 기술 분야와 다른 독특한 선박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국이 초호화선을 만들기 전에 그랬듯이 작은 크루즈선부터 만드는 작업을 거쳐 기술력을 쌓아야 할 것"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