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도 제2의 타다 되나···'공인중개사법 개정'에 프롭테크 위기 고조
한공협을 '법정 단체'로···공인중개사 사전 지도·단속해 전세사기 같은 사건 막을 것 새로운 사업모델에 기득권이 압박 가해 시장진출 막았던 '타다' 사례와도 매우 유사 법안 통과 시 시장 독점·혁신 악영향 우려···예상 제재 대상 '직방'은 한공협과 마찰 중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공인중개사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팽팽하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개업 공인중개사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어 직방과 같은 프롭테크 업계는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협회에선 해당 법안으로 전세 사기 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주장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달 21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한다. 해당 법안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를 '법정 단체'로 격상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 통과 시 모든 공인중개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협회는 공인중개업 개설등록 단독 허가 권한을 갖게 된다. 또 회원 윤리 의무 위반 시 징계 권한과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 권한도 협회가 가지게 된다.
한공협은 현재 해당 법안의 통과로 더 높은 품질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공협 관계자는 "최근 전세 사기 사건만 봐도 정부 대안책은 사후 대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며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해 사전에 불법 중개업자들을 자율적으로 찾고 사고가 예견되는 거래를 단속할 담당기관이 필요하며, 협회는 이미 그러한 수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당 법안에 동의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한공협에 자료를 보면 협회에 공인중개사 '지도단속권'이 있었던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부동산 사기 의심 거래에 대해 과태료, 고발,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를 받은 건수는 총 4만9398건이었다. 그러나 한공협이 임의단체로 바뀌며 지도단속권을 박탈당하자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자율 점검을 통한 행정조치 건수는 1928건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만약 한공협이 국가의 관리 감독 권한을 일부 양도받는 단일 법정 단체가 될 경우, 시장 독점으로 이어지고 시장 혁신 및 활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20년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안)'과 같이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해 소비자 편익이 커졌으나, 기존 사업자(택시업계)가 신사업(타다)에 대해 압박을 가해 시장진출을 막았던 사례와 유사하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약 50만명의 기득권 중개사(한공협 측) 표심을 노린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이 외에도 현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플랫폼 '한방'을 운영하는 사업자이기도 하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다른 플랫폼에 대한 지도 관리와 행정처분, 단속 권한을 가지는 것은 시장 질서를 훼손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원리에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 할인은 해당 공인중개사의 합법적 영업방식이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정당한 영업행위도 협회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이를 시장 교란 행위 명목으로 제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일이다.
프롭테크 업체들의 연합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단일협회가 다양한 지역·세대의 중개사들의 전체 이익을 대변하며, 공익성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회원 중개사 및 중개업의 경쟁 저하 및 자율성 감소로 소비자 피해가 증가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 시 당장 제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직방'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중 유일하게 중개 업무를 하고 있으며, 현재 파트너십을 맺은 중개사와 매물을 공유하고 중개수수료의 50~70%를 나누고 있다. 또 고정 사무실 없이 공유 오피스 등에서 근무하는 직방 중개사는 일반 중개사와 비슷한 수수료를 받는데 직방이 일정 기간 매도인에게 수수료를 절반만 받기로 하는 등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한공협과 마찰을 빚었다.
직방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좋겠지만, 공식 입장을 내기보단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편익이 증가될 거라는 한공협 입장에 대해선 "한공협은 현재도 회원에 대한 단속과 징계 등을 하며 충분히 지도 중으로 알고 있는데,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그동안 말을 않고 있다가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우리에게 지도 단속 권한이 있었다면 전세 사기도 잘 잡을 수 있었다'라고 입장을 내놓은 건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협회가 자율적으로 조사하는 것과 '법'으로 권한을 주는 것은 매우 다른 것"이라며 "최근 발생한 수원 등의 전세 사기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고의로 신의성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건데 협회에 어떤 권한이 더 부여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도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지자체가 협회의 협조를 받아 불법 중개사들을 충분히 지도·단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제37조 제3항을 보면 '불법 중개행위 등에 대한 단속 시 공인중개사 협회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별도 법률 개정 없이도 처분 권한이 있는 기관에 대해 누구나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개정으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