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7년···26일 마침표 찍나?
부당합병·분식회계 1심 26일 선고···檢, 이재용에 징역 5년 구형 결과 상관없이 항소심 이어질 듯···당장 사법리스크 해소 어려워 무죄·집유, 현재 경영활동 집중···법정구속시 비상경영체제 전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가 20여일 뒤에 결정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바이로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번 1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이 회장과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이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항소심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징역형을 받은 후 항소하는 것보다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2016년 11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이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어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은 이 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등 관련자 17명을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긴 재판을 거친 끝에 2021년 징역 2년 6개월로 형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다음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돼 뇌물공여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게 됐지만,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판은 2021년 4월부터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재판은 2021년 4월 22일부터 2023년 10월 27일까지 105차 공판을 진행했으며 이후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까지 마쳤다. 오는 26일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면 이 회장과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 해소 유무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 경영 보폭을 넓히는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6년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 인수가 유일했다. 이후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해 실패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사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장기적 성장동력이 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만큼 빠른 의사 결정권자인 이 회장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은 삼성SDI 이사회 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에 대해 "그동안 축적된 경영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에 대해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면 양측에서 항소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재판에 발이 묶이는 시간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이 이뤄진다면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세 번째 총수 부재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회장의 부재가 이뤄지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한종희, 경계현 두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삼성전자 DS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했고 스마트폰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비상경영체제 당시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이 총괄지휘 역할을 하며 일상경영을 이어갔다. 그러나 의사 결정권자가 부재한 만큼 대형 M&A를 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회장이 다시 한 번 부재하게 될 경우 2021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현호 TF장이 다시 한 번 총괄지휘 역할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경우 앞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불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럴 때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줄 총수의 부재는 삼성전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