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대부업체 대출 문턱에···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금리 급등···수익성 악화, 연체율 급증 대부업 평균금리 하락 불구하고 대출 규모, 이용자 수 감소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등 대책 절실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는 취약계층 차주들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7월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못 박았다. 하지만 조달 금리가 급등하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오히려 취약계층을 제도권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921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15조8678억원)보다 1조2757억원 감소했다. 이용자수도 2022년 말(98만9000명)보다 14만1000명 줄어든 8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부업 평균금리는 2022년 말 14.1%에서 지난해 상반기 13.6%로 오히려 떨어졌다. 평균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이용자 수가 되레 감소했다는 것은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크게 개선됐거나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 등을 놓고 봤을 때 대부업체가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것인데, 이는 최근 저축은행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급증 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뒤 이를 고객에게 되빌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자금조달 비중이 60%인 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급증과 수익성 악화 탓에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대부업체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 급증 등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여파에다 자금조달 창구인 저축은행의 대출 옥죄기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업체는 고금리 여파로 신용대출보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담보대출 중심으로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약계층 차주들은 불법 사금융 등 제도권 밖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신고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6784건에 달했다. 2021년(9918건)과 2022년(1만913건) 한 해 동안 1만건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3년간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 역시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우수대부업자에 대한 자금조달 여건 개선 및 인센티브 부여 등 당근책을 내걸었지만, 대부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이 때문에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을 우려한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 규제 탓에 대부업체들이 대출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일일이 법령을 개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부업 차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상,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늘리기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