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트코인 ETF거래 승인···국내 투자길 열리나?

금융위 "비트코인 ETF 거래, 자본시장법 위배 소지" 6년 전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근거로 유권해석 국내 운용사, 해외부터 도입···"국내 도입도 시간문제"  

2024-01-14     이서영 기자
미국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범주를 아직까지 세우지 못해, 국내 출시를 할 수 없는 만큼 해외에서 우선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 이에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O), 그레이 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발키리 비트코인 펀드(BRRR.O), 아크 21셰어스 비트코인 ETF(ARKB.Z)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다.

상장 전 이미 비트코인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ETF 운용자산 규모가 10조달러(약 1경3210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상장 첫날인 지난 1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약 46억달러(6조원) 가량의 거래가 진행됐다. 

당초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 역시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해 비트코인 ETF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미 증시 상장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중개를 보류시킨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것은 앞으로 비트코인을 주식이나 금, 석유와 같은 공인자산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공인자산을 볼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국내에서의 중개 금지 유권해석은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 부처가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대책은 가상통화 투기과열과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 차원이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판단으로 국내 비트코인 ETF 상장은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로운 상품이 시작되는 거다 보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자금유입 등의 성과를 내 ETF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에서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해외에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홍콩 주식시장에 삼성 비트코인선물액티브 ETF(Samsung Bitcoin Futures Active ETF)를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회사 글로벌 X를 통해 호주와 유럽 등지에서 비트코인 ETF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도 비트코인 ETF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년 전 정부 대책을 근거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제한한 것은 현 상황과 맞지 않아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도입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미 서학개미들이 금융당국의 의견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이들도 많고,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넣기로 미국이 결정한 만큼 정부당국의 고민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국내 상장이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