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최태원에 '현금 2조원' 요구···SK 경영권 영향은?

재산 분할 요구액 확대···변동성 많은 주식 대신 현금 요구한 듯 崔, 재산 대부분 지주사 지분···전액 일시불 지급시 영향 불가피 법조계 "재산 형성 기여도 증명 어려울 듯···실현 가능성 희박"

2024-01-13     여용준 기자
최태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룹과 별개로 최태원 회장 개인의 가정사였던 이혼소송이 자칫 그룹 경영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최근 최 회장을 상대로 재산분할 액수를 이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의 형태도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위자료 요구액도 증액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강상욱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인지액을 47억여원으로 상향 보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1심 때 인지액은 34억여원이었다. 이는 노 관장이 지난 5일 항소취지 증액 등 변경신청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보정된 인지액을 민사소송 인지법과 가사소송수수료 규칙을 토대로 역산해 보면 노 관장의 총 청구액은 2조30억원으로 계산된다.

앞서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원과 SK㈜ 주식 50%(약 649만주) 등을 재산분할로 요구했다. 그러나 1심은 SK㈜ 주식에 대해 노 관장이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는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위자료는 1억원, 재산분할은 부동산·예금 등 현금 665억원만 인정했다.

1심 재판부가 주식에 대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주식보다 현금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SK㈜ 주식을 요구할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현금으로 받는 대신 액수를 높인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노 관장 측의 현금 재산 분할 요구에 대해 이혼 소송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되려는 양상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는 의견이 있지만, 현금 분할 역시 사실상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자 순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은 약 17억 달러(약 2조2300억원) 규모다. 또 최 회장이 보유한 SK㈜의 지분은 17.59%(1297만5472주)로 12일 종가인 16만34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조1200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대부분이 SK㈜의 지분인 셈이다. 

이 때문에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 분할액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재산 분할액 마련을 위해 SK㈜의 지배력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최 회장의 동생이자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이 6.53%에 불과한 만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 

또 재산 분할 방식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에 생기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이혼 소송 후 재산 분할의 경우 일시불과 함께 재산 분할 총액을 일정 기간 동안 나눠 지급하는 분할급, 지급 시작 시기와 끝나는 시기를 정해두고 매회 지급액만 정하는 정기급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시불 방식으로 지급이 결정된다면 SK㈜의 지배력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재산 분할 요구액 전액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 소송 중 재산 분할의 경우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재산형성 기여도만을 두고 판단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귀책 사유가 최 회장의 일방적인 외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회장 측은 외도 이전부터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증명하기 어려운 만큼 재산 분할액이 더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이 SK㈜의 지분인 만큼 지분 형성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 SK에 제공한 특혜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청와대가 관여한 만큼 증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재산 분할액이 노 관장의 요구 수준이 아닌 1심보다 조금 늘어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앞서 2019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전 상임고문의 이혼소송 당시에도 임 전 고문 측은 이 사장에게 1조2000억원의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에서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 지급하라고 판결난 내용이 2심에서 141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2020년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최종 재산 분할액은 141억원으로 확정됐다. 

한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하던 강상욱 서울고법 판사가 지난 12일 갑자기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측은 상대방의 변호사 선임을 문제 삼으며 재판부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서울고법은 전날인 11일 양측의 요구에 대해 재판부 재배당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가운데 재판부 판사가 돌연 사망하면서 재판 연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