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 ESG 강조하지만···실상은 0.02%만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건산연 보고서···"ESG 경영, 건설업 신뢰 회복에 중요 역할"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기업들이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ESG 경영 실천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건설 기업은 극소수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업 ESG 확산과 기업 거버넌스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8만7239개(2022년 기준) 건설 기업 중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는 곳은 21개로, 0.0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시공능력평가 40위 이내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건설업 다수를 차지하는 중견 및 중소기업의 ESG 활동은 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산업 특성상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어 ESG가 그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나 현실은 ESG와 거리가 먼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건설업은 ESG 중에서도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한 올바른 의사 결정 체계'로 정의할 수 있는 'G'(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특성상 다수 간의 계약 관계를 통해 이뤄져 사업 참여자 간 원활한 협업이 필요하고, 여러 투자자의 자금이 장기간에 걸쳐 투입되어 투자자의 권리 보호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각종 법률에 따른 규제를 받는 산업이어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법을 지키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도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그러나 23개 건설 상장 기업(지난해 말 기준) 중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있는 곳도 15개뿐이며 그마저도 내용이 '거버넌스'의 일부분인 '기업지배구조'에 국한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거버넌스는 ESG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ESG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건설업이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ESG 경영 추진 및 성과 공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리더가 의지를 갖고 구성원의 동참을 유도해야 하며,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선 최고경영자나 임원진으로부터의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실무진으로부터의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소통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준법·윤리 경영 △리스크 관리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ESG 경영은 건설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효율적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건설업에 속한 기업과 개인 모두가 거버넌스에서 추구하는 배려와 존중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