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개든 킹달러에 맥 못추는 원화···환율, 올해 4% 넘게 급등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나홀로 약세 '뚜렷' 조기 금리인하 기대 후퇴 등에 달러 강세 펀더멘탈도 약세···"1분기 중 1300원대 등락"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17일 1340원을 돌파했다. 올해(1~17일)에만 56원 넘게 상승하며, 달러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 대비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된데다, 중동분쟁,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시장 내 위험회피심리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약화된 국내 경제 펀더멘털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원화 약세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4.5원 내린 달러당 1339.7원에 마감했다. 1330원대로 내려왔지만, 국내외 상황을 감안한다면 강달러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7일 원·달러는 하루 새 12.4원 오른 달러당 1344.2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종가) 이후 최고치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작년 10월 말 당시 미국채 금리 오름세에 연동, 1360원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11월 초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128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17일 만에 56.2원(4.36%)이나 상승하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18일 종가 기준으로도 4%대(4.01%)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 상승세의 주요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지난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부상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조기인하 기대감은 12월 중순경 80%를 웃돌았지만, 현재 59.6%까지 떨어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도 지난 13일 기준 4.132%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새벽(한국시간) 4.4%에 육박하는 오름세를 보였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최근 홍해지역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 등으로 중동리스크가 확대된 것이다. 또한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중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 역시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미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말 100.38에서 전일 103.2까지 약 2.81% 상승하는데 그쳤다.
주요국 통화 절하폭을 보면 △유로(-2.34%) △파운드(-1.48%) △위안(1.42%) 등으로 원화 가치보다 하락폭이 낮다.
더구나 일본 엔화의 경우 오히려 같은 기간 달러당 140.82엔에서 147.81엔으로 4.96%나 상승(절하)했다. 다만 이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금리를 고수 중임에도, 미 연준의 조기인하 기대를 과하게 받아들인 것에 대한 되돌림으로 보여진다. 연초 노토반도 강진으로 BOJ의 통화완화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원화 가치 절하폭이 주요국보다 큰 원인은 약화된 펀더멘탈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47%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14일(2433.25) 이후 244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하루새 905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함께 대내적으로 신용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데다, 북한리스크도 원화 약세를 강화시켰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쇼크를 내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기불안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전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7.4%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8%)를 밑돌았다. 같은 날 발표된 신규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5%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5.1%로 한달새 0.1%p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3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부진 우려가 확대된 상태다. 이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 개선을 지연시켜,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 하향 흐름을 보일 것이지만, 단기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처럼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단기간 내 추세적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힘든 국면이다. 1300~1350원대 등락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올해 1분기 중 원·달러 환율 1200원 후반에서 1300원 초반의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점진적 하향 흐름을 보이며, 1200원대로 수렴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미 달러는 계단식 하향 흐름이 예상되지만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 단기자금시장 내 유동성 우려 등에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이 제한되고, 소폭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관련 불확실성은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성향을 수시로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