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이자에 기존 고객 외면하는 '고금리 적금'

은행권, 특판 봇물···금리 최고 10%까지 신규 고객만 가입 가능···소비자 불만 커

2024-02-10     김현경 기자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최대 연 10%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 특판상품을 선보인 가운데, 납입한도가 작고 만기가 짧아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소비자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특판적금 중에선 신규 고객만 가입 가능한 경우도 있어 기존 고객을 외면하는 것 아니냔 불만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 Sh수협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등은 최고 연 5~10%대 금리를 주는 특판적금을 출시했다. 이날 기준 주요 은행의 1년만기 적금(자유적립식) 최고금리가 3% 후반대에서 4%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들 특판상품의 금리는 소비자에게 '메리트'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가입조건과 우대금리 충족요건 등을 살펴보면 실제 소비자가 가져갈 수 있는 이자는 많지 않다. 예컨대, 케이뱅크가 지난 1일 선보인 '코드K 자유적금' 상품은 기본금리 연 3.6%에 우대금리 연 6.4%를 더해 최고 연 10%의 금리를 준다. 오는 14일까지 선착순 1만좌를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까다로운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준다는 점이 입소문 나면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이 상품의 만기는 6개월이고 월 최대 납입한도는 30만원이다. 매월 30만원씩 6개월간 납입하고 연 10% 금리가 적용됐다고 했을 때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4만4410원이다. 이는 연 3.5% 금리 1년짜리 적금에 월 30만원씩 납입한 후 받을 수 있는 이자(세후 5만7740원)보다 작다. 고금리 특판 상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기존 은행 적금상품들과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케이뱅크의 이 적금은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이 없었지만 신규 고객만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대상에 제한을 뒀다. 기존 고객에게는 가입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자 혜택이 사실상 크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상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던 기존 고객들 입장에선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Sh수협은행이 지난 5일 재출시한 'Sh플러스알파적금'은 최대 연 7.3%의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는 1년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3.3%에 우대금리 최대 0.5%p를 더해 최고 연 3.8% 금리가 적용되는데, '수협 찐(ZZIN) 신용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최대 연 3.5%에 해당하는 리워드 혜택을 제공한다.

단, 리워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최근 6개월간 수협신용카드 이용 이력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월 납입한도도 최대 20만원으로 많지 않다. 리워드 혜택으로 최대 연 3.5% 금리 효과를 보려면 '적금가입월+10개월말일' 카드이용 실적이 1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적금 최고금리와 리워드 최대혜택을 더해 연 7.3%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할 때, 월 20만원씩 1년간 납입하면 가입자에게 돌아오는 이자 혜택은 세후 8만285만원에 불과하다.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이자를 받으려고 100만원이 넘는 카드값을 결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DGB대구은행은 지난달 초 새해를 맞아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더쿠폰적금을 재출시했다. 대구은행의 더쿠폰 예적금 상품은 판매 시마다 조기 완판되는 인기 상품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엠(iM)뱅크'를 통해 혜택 알림용 앱 알림에 동의할 경우 쿠폰을 받아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납입 한도를 보면 월 최대 20만원에 불과했다. 금리 6%를 받아 1년간 20만원씩 납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6만5988원이었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5% 금리를 주는 '신한 슈퍼쏠(SOL)포인트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우대금리는 △신한카드 결제계좌 신한은행 지정 시 연 0.5%p △마이신한포인트 1000포인트 이상 매달 입금 시 연 0.5%p(최고 연 2.5%p·최대 5개월 적용)로, 무리한 실적을 채워야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은 없다. 그러나 이 상품 역시 월 납입한도가 30만원에 만기가 6개월로 짧아 세후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최대 2만2208원뿐이었다. 

이 적금들은 고금리 상품으로 마케팅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자액은 크지 않은 '미끼' 상품들이다. 상품 구조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금융사들의 '고금리 숫자 마케팅'에 넘어갈 경우 기대에 못미치는 이자를 받거나 오히려 카드값 등 비용이 더 나갈 수 있어 신중하게 가입할 필요가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특판 상품들은 보통 예치기간이 짧기 때문에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이 크진 않다"면서 "단기간이라도 이 정도 금리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완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