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인허가 10채 중 9채가 아파트···주거 쏠림현상 심화

2013년 63%였던 인허가 아파트 비중 10년 새 90% 육박 공급 축소에 전월세 상승세···피해는 청년·서민층이 받아 "전세사기 여파에 빌라, 도생 등은 지어도 분양 어려워"

2024-02-19     박소다 기자
1월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지난해 새로 짓기 위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로 집계돼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 등 다양한 형태의 비(非)아파트 공급 축소는 청년·서민층의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아파트가 34만2291가구(88.0%)였다. 이어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인허가가 3만1815호(8.2%), 다세대주택은 8887호(2.3%), 연립주택은 5898호(1.5%) 순으로 조사됐다. 

신규 주택 공급이 아파트에 쏠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지난해는 아파트 인허가 비중이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6%포인트(p) 높아지면서 집중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아파트 인허가 비중은 2013년 63.3% 이후 2017년(71.6%)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고, 5년 만인 2022년(82.0%)엔 80%대를 넘겼다. 이후 불과 1년만인 지난해에는 90%에 육박했다.  

그러는 동안 빌라로 통칭되는 다세대·다가구·연립과 단독주택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다세대 배중은 2012년 20.4%였으나, 2013년 18.4%, 2014년 15.9% 등 계속해서 줄었다. 2019년(9.1%) 한 자릿수로 진입한 이후, 지난해 2.3%까지 낮아졌다. 연립 비중은 2∼3%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1%대로 축소됐다.

비아파트 중심의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흔들리면서 그만큼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빌라에서 월세, 전세를 살며 돈을 모아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는 주거 사다리의 첫 단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이 대폭 축소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용 소형주택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이어지며 비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축소됐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터진 전세사기가 주택 임대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도생)은 짓는다 해도 분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비아파트는 영세업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분양이 안 되면 전세라도 놓을 수 있어야 공급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월세 아니면 들어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생겨 지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아파트는 사업 기간이 1년가량으로 짧기에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빠르게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바로 공급 물량 축소로 이어진다. 공급 불균형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 비아파트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으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아파트 전셋값뿐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9개월째(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오르는 중이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에서도 지난 6월 말부터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이에 따른 피해를 보는 건 결국 더 많은 주거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내 집 마련 기간이 길어지는 청년·서민층이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피스텔, 빌라 등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고 교수는 "비아파트 시장에 전세사기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선순위 채권이 있는 주택에는 월세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임차인 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강력한 입법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