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항소에 미뤄진 삼성전자 '책임경영'
삼성전자, 올해 주총서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 제외 미등기이사 52개월째···사법리스크 남은 상태 법적 책임 부담 "반도체 리더십 확보·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李 책임경영 필요"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당분간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너의 삼성전자 책임경영 복귀도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20일 공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은 재계의 예상대로 빠지게 됐다.
앞서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5일 삼성물산 부당합병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이 8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내린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도 앞으로 최대 5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부회장 시절에 임시 주총을 통해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같은 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2019년 10월 재선임없이 사내이사 임기를 마쳤다. 이어 2021년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유죄에 따라 5년 취업제한이 적용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2022년에는 취엄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기도 했으나 미등기 임원이고 급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혐의없음' 결론이 내려졌다.
2022년 8월에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났다. 이와 함께 이재용 회장은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여건 악화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과감한 의사결정 등을 이재용 회장 승진의 이유로 언급했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직에 앉은지 14개월이 넘어섰지만, 등기이사 선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등기이사로서 기간을 고려하면 2019년 10월 이후 52개월째다. 재계에서는 장기화된 삼성물산 부당합병 재판이 부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상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이사 복귀는 이 회장과 삼성전자 양쪽에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하게 되면 이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사결정을 이끌 수 있다. 또 '선관주의 의무'나 '충실의무' 등이 부여돼 윤리경영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경영상 결과에 대해 이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1심 무죄 이후 말레이시아 삼성SDI 생산법인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한 도전과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주력사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위기를 맞아 과감한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에 접어들면서 회복하고 있지만, 예년 수준의 실적을 거두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은 투자 적기를 놓쳐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HBM 점유율은 38%로 2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대비 2%p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53%로 전년 대비 3%p 상승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렸다.
여기에 파운드리 점유율도 12.4%로 TSMC(57.9%)에 비해 모자란 수준이다. 이 가운데 TSMC는 올해 최대 32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리더십이 예전과 달리 많이 약해졌다.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M&A 추진과 투자결정 등 책임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