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에 SK까지"···최태원, 앞으로 3년 더 바빠진다
대한상의 회장 연임 도전···총선 직후 혼란 고려 SK, 최재원 수석부회장 주도 신사업 경쟁력 확보 이혼소송 항소심 앞두고 심리적 부담도 있을 듯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경영과 개인사에 더해 재계 맏형으로 역할까지 더하면서 앞으로 몇 년간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상공회의소는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추대한다. 이어 다음달 21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회장 연임을 확정짓는다. 그동안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됐던 전례를 고려할 때 최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대한상의 회장을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한 차례 더 연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임이 마지막 도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리더십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SK그룹의 핵심사업이 지난해 부진한 성과를 보였고 SK바이오팜 역시 지난해 4분기 들어서야 흑자전환을 했다. 여기에 청정기술과 친환경 사업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최 회장의 빠른 의사결정과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는 경영환경이 전년보다 나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홍해 사태 등으로 여전히 글로벌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연임을 하게 되면 그룹 경영을 챙기면서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의 핵심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 매년 참가해 미래사업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최 회장 역시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역할에 소홀히 하지 않을 전망이다. 최 회장 역시 CES에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전세계 기술동향을 살펴보고 탄소감축과 AI 등 SK의 신기술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신년사를 통해 "'해현경장'의 자세로 점검하고 다듬어가자"고 강조하고 고강도 쇄신에 나서고 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맨다'는 뜻으로 고강도 개혁과 쇄신을 의미한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연임과 함께 참모진에 대한 재정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재계에 따르면 우 부회장은 효성중공업에서 중공업 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돼있다.
이와 함께 4월 총선 이후 나오는 경제정책에 대해 다른 경제단체와 내용을 살피고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동안 대한상의를 포함한 주요 경제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나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과 관련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국회에 의견을 낸 바 있다. 특히 정치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법안에 대해 설득하고 의견을 전하는 역할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에서 경제계에 큰 영향을 줄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나올 수 있다"며 "경제단체가 이를 살피고 대응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올해 경제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그룹 경영과 재계 맏형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이혼소송도 치러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달 12일부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변론기일이 재개된다. 앞서 지난달 11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으나 최 회장 측 변호인 선임으로 인한 재판부 교체 가능성과 재판부 소속 판사의 갑작스러운 사망 등으로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대부분 변호인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만큼 여론전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11월 변론준비 기일에는 노 관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법원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났다.
당시 노 관장은 "우리 가족의 일,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고 민망하다"며 "30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막 내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바라는 것은 제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다"며 "십수년 동안 형식적 부부였을 뿐 서로 불신만 남은 상태에서 남남으로 지내왔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소송에서 이 같은 장외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