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카오게임즈 신작 'ROM', 표절 논란이 문제가 아니다

불편한 UI, 부족한 타격감···반복 사냥 중심 퀘스트 개선 필요 맹독성 BM 다소 완화···출시 첫 날 플레이스토어 평점 2점대

2024-02-29     이도경 기자
카카오게임즈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엔씨소프트와 두 번째 법적 공방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OM(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가 지난 27일 글로벌 10개국에 정식 출시됐다. 

롬은 클래식 RPG가 주눈 재미와 대규모 전장 등을 '정통 문법'을 통해 구현한 작품으로, 사냥을 통한 성장과 육성, 영지전・공성전 등으로 이어지는 전투의 묘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2일 '롬'을 퍼블리싱하는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소프트는 입장문을 통해 '롬'이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연출 등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레드랩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소장 접수 다음 날인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사용해온 통상적 게암의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며 "엔씨가 '롬'의 정식 서비스를 방해하고 이용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기 위해 진행한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엔씨는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도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서는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도 전 저작권 관련 소송을 진행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정식 출시된 롬의 모습은 어떨까. 

출시 당일 플레이해 본 롬은 '리니지W'와의 유사성보다도, 게임을 이용함에 있어 불편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먼저 다가왔다. 이 게임이 소위 '리니지라이크' 장르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두 게임을 비교하는 것보다도 아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나치게 작아 읽기 힘든 게임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였다. 게임을 구동한 아이폰15 프로 기종을 기준으로 메뉴도, 퀘스트 창도, 인물 간 대화조차도 지나치게 작았으며, 이를 늘릴 수 있는 게임 내 기능도 전무했다.

PC 버전으로 접속하면 상황은 나아졌지만, 모바일 UI를 그대로 적용한 만큼 편의적인 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UI적 불편함은 플레이 내내 게임 내 정보 습득에 제약을 주며 몰입을 크게 떨어트렸다. 이동 시 시점 전환이나 화면 확대·축소 기능이 들어가지 않은 점도 답답함을 더했다.

전투에서도 아쉬움은 이어졌다. 자동 사냥 기능이 들어간 만큼 게임의 '손맛'에 대한 언급은 불필요하다 해도, 몬스터의 피격 효과나 활용 가능한 스킬의 종류 등은 '리니지W'와 비교해도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몬스터의 체력 정보와 공격의 데미지 수치를 확인할 수 없고 'Critical, Excellent, Good, Miss' 등의 문구만 표시되는 점은 '리니지W'와 같았으나, 몬스터 피격 후 경직 등 타격감을 주는 요소가 부족해 크리티컬 시 기기의 진동 효과를 제외하면 허공에 공격하는 것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물론 게임의 타격감이 이용자마다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고급 스킬 획득 후 보완될 가능성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리니지W

특히 '리니지W'와 가장 비교되는 점은 이야기 자체의 몰입감에 있었다. 

'리니지W'는 게임 시작 후 악마 '바포메트'의 부활 저지라는 큰 줄기 아래 마력석 등 중간 목표를 제시하고, 중요 구간에서 컷신과 상호작용을 배치해 플레이어를 이야기 안으로 유도했다. 반면 롬의 경우 황제의 실종이라는 메인 줄기가 있음에도 이야기와 큰 연관 없는 소위 '노가다' 퀘스트로 그 과정을 대신했다. 

예를 들어 실종된 황제를 수색해야 하는 상황에 누군가의 부탁으로 몬스터인 리자드맨 25마리를 잡고, 리자드맨을 모두 사냥한 후에는 리자드맨의 가죽을 모아야 한다며 또 다시 리자드맨을 사냥하고, 이후에는 늪지 머맨과 드래곤 킨, 피닉스 등 몬스터만 바뀐 채 수 시간 동안 자동 사냥을 반복하는 식이다.

일정 레벨 돌입 후 입장 가능한 던전 역시 상위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뿐 단순 사냥 외 별도 콘텐츠가 제공되지는 않았다. 30레벨 이상을 올리는 동안 새로운 플레이 경험 없이 단순 사냥 퀘스트만 반복되다 보니 목표 달성에 대한 성취감과 다음 진행에 대한 호기심을 얻을 수 없었고, 이는 게임을 지속하는 동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BM(수익 구조)만큼은 '리니지W'보다는 순화된 모습을 보였다. '최상급 코스튬 소환 11회' 가격은 1000다이아(약 2만원)으로 리니지W의 '최상급 변신 뽑기 11회(3600다이아, 약 10만원)'와 비교해 저렴한 수준이었다. 

최상위 등급인 '전설 등급' 코스튬 획득 확률은 0.01%로 '리니지W'와 같았으나, 바로 아래 등급인 '영웅 등급'의 경우 0.25%로 '리니지W'의 0.9%보다 낮았다. 

(사진=ROM

한편 롬 출시 첫 날 커뮤니티에서는 오류로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는 등의 신고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 중에는 iOS 기기 로그인 시 애플 로그인이 불가능함에도 로그인 버튼이 노출되는 등 사소한 문제도 있었으나, 최초 실행 시 카카오 로그인을 진행할 수 없거나 캐릭터 생성이 제한되는 등 이용에 직접적인 제한을 주는 오류들도 함께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와 게임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출시 다음 날 롬의 별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2.2점, 애플 앱스토어 기준 4.1점을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롬'과 '리니지W'의 표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 작품의 표절 여부를 미리 재단하고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어렵다. 다만 작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제쳐두더라도 2024년 신작 MMORPG로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커뮤니티 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도 표절에 대한 도의적 문제와 함께 게임의 본질적 재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롬의 장기적인 흥행과 성장을 위해서는 '리니지'와의 차별점 확보와 함께 유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