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中 가성비 공세에 성능·효율로 맞선다
LG엔솔·삼성SDI·SK온, '인터배터리 2024' 참가 에너지 밀도, 실용성 앞세운 기술·솔루션 공개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올해 배터리 업계 핵심 트렌드는 CTP(셀투팩)와 내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가성비를 높여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차세대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선보인 CTP 기술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비용을 절감한 것을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파우치형 CTP는 전시장 중앙에 자동차 하단부 모양을 한 모형에 탑재돼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CTP가 파우치 셀의 가벼운 무게 특성을 가져가면서도 팩 강성을 높이고 검증된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해 제조원가를 절감,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시장 한켠에는 사내벤처 기업인 쿠루(KooRoo)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소개했다. 쿠루는 배달 라이더들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가 공개한 CTP는 부품 개수를 35% 이상 줄이고, 무게도 20% 줄여 동일한 부피에서 고에너지 밀도와 혁신적인 비용 절감 구현을 가능하게 했다.
삼성SDI는 CTP 외에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900Wh/L ASB(All Solid Battery)의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한다. ASB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의 위험성이 적고 주행거리가 긴 차세대 배터리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S라인을 준공하고 프로토 샘플을 생산하고 있다. 또 ASB사업화추진팀을 12월 발족해 2026년까지 샘플 생산을 마치고 2027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SK온은 기존 SF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성능을 높인 어드밴스드(Advanced) SF 배터리와 SF+ 배터리, 윈터프로 LFP를 공개했다.
SF배터리는 10%에서 80%까지 18분만에 충전할 수 있는 하이니켈 배터리다.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는 여기에 에너지 밀도를 9% 높이면서 충전시간은 이전 수준으로 유지했다. 여기에 SF+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이전 수준과 같으면서 충전 시간을 18분에서 15분으로 줄였다.
윈터프로 LFP는 영하 20도 저온에서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고도 저온에서 충전 용량과 방전 용량을 기존 LFP 배터리 대비 각각 약 16%, 10% 늘렸다.
이 같은 배터리 전략은 올해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가성비 공세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67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400만대보다 약 19%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CATL과 BYD에 밀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점유율 1위는 CATL(36.8%)이, 2위는 BYD(15.8%)가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13.6%), SK온(4.9%), 삼성SDI(4.6%)는 각각 3, 5, 7위에 이름을 올렸다. 3사의 점유율 합계는 23.1%로 CATL한 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CATL의 경우 내수 시장과 테슬라 배터리 공급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BYD 역시 자체 전기차와 테슬라 공급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감소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특히 보조금 감소 영향으로 국내 전기차 역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가성비와 에너지 효율을 확보한 배터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가격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기업들도 가격을 낮추면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가격 경쟁으로 비화된 배터리 경쟁이 역으로 기술 발전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로 12회를 맞는 '인터배터리'는 전세계 18개국 579개 배터리·소재·부품 업체가 참여한다. 차량용 배터리 외에도 ESS,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와 안전성, 로봇, 재활용 등 관련 기술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