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위협적"···美·EU, 관세 장벽 높이나
美, 가격 경쟁력 위협 확대···최대 125% 관세 부과 검토 EU "中 EV 수입량 증가"···불법 보조금 조사 결과 관건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이 지역 전기차(EV) 산업 보호를 위해 값싼 중국산 EV에 높은 관세를 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출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 제일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현지 생산 공장 설립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 의원인 게리 피터스, 데비 스태버나우,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지난 7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EV 관세를 올릴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보조금으로 가격을 억제한 중국산 EV가 시장에 범람할 경우 고용 감소는 물론, 미국 자동차 산업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 나아가 국가 안보를 지키려면 올해 안에 관련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상원 의원의 이같은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화당 소속 조시 홀리 의원은 지난달 중국산 EV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7.5%에서 12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중국 업체가 만든 EV라면 제조 지역과 상관 없이 1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여기서 '지역과 상관 없이'라는 것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관세가 없는 국가에서 EV를 만들어 수출해도 제조사가 중국 업체라면 관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홀리 의원은 "중국 업체가 타 지역을 활용해 미국에 수출해도 관세를 내야한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미국의 중국 EV 산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중국 BYD는 북미 시장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 9일 멕시코 할리스코에 대표단을 파견, EV 생산 공장 후보지 물색 및 설립을 검토했다.
스텔라 리 BYD아메리카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말까지 멕시코 EV 생산 공장 부지 선정을 완료할 것"이라며 "해당 공장은 연산 15만대 규모로 세워지고 멕시코 내수 및 북미 전 지역 수출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중국산 EV가 자국 EV 산업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보고 관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일 중국 당국이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EV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14일부터 중국산 EV 세관 등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11월 중국산 EV가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최종 결론이 날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된다.
실제 BYD를 비롯한 여러 중국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EV를 선보이며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등 유럽 업체들 사업 영위에 큰 부담을 가하고 있다.
집행위는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중국산 EV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면서 "'위협적'이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중국산 EV가 유럽에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산 EV 수입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뤄진다면 유럽 업체들의 생산 및 판매 감소는 불보듯 뻔하다. 이는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집행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매우 실망적"이라며 "수입 급증은 유럽 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편 중국산 EV 유럽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BYD는 집행위의 관세 인상을 피하고자 헝가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요 대응 차원에서 2년 안에 자동차 운반선을 기존 1척에서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