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서울 아파트 매물 더 쌓일 것···올해도 관망 지속"

전문가들 "급매 소진 이후 매수 위축 지속···매도자-매수자 간 간극" "금리 인하나 전셋값 상승 등 변수 일시적···시장 횡보세, 매물 적체"

2024-03-21     오세정 기자
서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이하 매물)이 8만건 이상으로 쌓인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관망세 속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간극이 큰 시장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올해는 1, 2월 들어 지난해 쌓인 저가 매물 소진으로 상승거래가 소폭 있었지만 매수 심리 위축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거래량 감소와 시장 횡보가 지속돼 적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금리와 전셋값 등 변수에 따른 영향도 일시적일 뿐, 한동안 시장은 보합세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서울파이낸스가 아파트 매물 적체 심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질의한 결과, 이들은 현재 시장에서 매수 심리 위축에 따른 관망세 지속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직방과 아실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월 2518건보다 43.3% 감소한 1428건(계약일 기준)을 기록한 반면, 매물은 8만3440건으로, 관련 통계 이래 역대 최다 수준이다. 

이와 관련,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매물이 늘고 적체가 많다는 건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현재 시장은 아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데 당분간 특별한 변수나 수요 요인이 없어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시장 거래가 돼야 물량이 소진되는데 주택 가격 불안 심리가 여전하고 매수세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이 상황에서 과거 저금리에 무리하게 집을 사서 1년~1년 반 이상 금리 상승기를 버텨 온 집주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격 보합 시장에 팔기 위해 내놓은 물량이 시장에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급매물 소진으로 일부 상승거래가 발생함에 따라 가격 인식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간극이 벌어졌으며, 매매와 전세시장을 선택하는 데서도 입장 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수요 심리도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을 급매 수준으로 내리면 되지만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고 팔고 싶기 때문에 물건이 쌓이는 것"이라며 "매도자는 금리 인하 시그널이 있고 일부 상승 거래도 나오면서 시세와 비슷하거나 시세보다 높게 물건을 내놓는 것이고 수요자로선 가격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어 관망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 간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시기로, 매매와 전세시장에서 어느 곳이 유리할지에 대한 인식이 매도자와 매수자 간 차이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10년 주기로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현재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세가는 오르던 2002, 2003년과 비슷한 시장 흐름"이라고 봤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 거래 비중이 소폭 늘어난 것에 대해 시장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나 전셋값 상승 등 변수에 영향을 받더라도 일시적일 뿐, 올해까지 시장이 지지부진한 횡보세를 이어가며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 실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안정화되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전향적인 시장 회복은 어렵다"면서 "여전히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작하지 않았고 주택담보대출 등 금리 부담이 아직 높은 데다 급매 시장도 아니기 때문에 수요 요인에 따라 일부 영향이 있어도 일시적이고 당분간 횡보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위원은 "매수 요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 적체는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지난해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는 벗어나 마이너스 보합에서 플러스 보합 수준으로 시장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금리 변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의외로 개인별 자산 수준 등에 따라 전셋값이 매매를 선택하게 하는 수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