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판매 6개 은행, 손실 자율배상 나선다···배상비율 조정 험로
배상비율은 추후 확정···투자자 합의 진통 예상 한신평 "6개 은행, 40% 배상시 배상액 2조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한 주요 6개 은행이 모두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만, 배상비율은 추후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별로 책임 소재 등을 다툰 뒤 확정하기로 했는데, 배상비율을 놓고 판매사와 투자자 간 이견이 커 합의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홍콩ELS 손실 투자자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홍콩ELS 판매잔액이 8조1972억원으로 제일 많이 팔았던 국민은행은 만기손실이 확정 또는 손실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속히 배상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속한 배상처리를 위해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협의회에는 금융업 및 투자상품 관련 법령, 소비자보호 분야에 풍부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외부 전문가 위원들은 투자자별 판매 과정상의 사실 관계와 개별 요소를 면밀히 파악한 후 배상금액 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사례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한 배상 절차를 이행하고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하기로 한 신한은행도 손실 투자자별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최종 배상비율을 산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보호그룹 내 금융상품지식, 소비자보호 정책 및 법령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 배상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부터 배상 내용,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하고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을 의결하면서 지난 11일 금감원의 기준안 발표 이후 약 3주 만에 주요 판매 은행 6곳이 모두 자율배상에 나서게 됐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 28일, 하나은행은 27일, 우리은행은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은 모두 구체적인 배상비율에 대해 추후 투자자별로 불완전판매 여부, 가입 경위 등을 분석한 뒤 확정하기로 했다.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기본 배상비율은 23~50%로 하되, 투자자·판매사별 책임에 따라 0~100%를 차등 배상한다. 금융취약층을 대상으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 최대 100%까지 배상해줄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ELS 투자경험이 많고 금융상품 이해능력이 높은 투자자였다면 배상비율이 0%로 산정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부분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손실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을 합의한 후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밟거나 집단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의 홍콩ELS 손실 배상 규모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김경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홍콩ELS 배상 관련 시장 예상 배상비율인 40%를 적용하면 올해 주요 6개 은행은 1조950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배상규모 추정액은 △국민은행 9900억원 △신한은행 2870억원 △농협은행 2590억원 △하나은행 2570억원 △SC제일은행 15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