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연임'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주가 부양 등 시험대
25일 정기주총서 연임 확정···카카오 인적 쇄신 바람 피해 "회사 성장세 이끌어"···주가부양·자회사 실적 개선 등 과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변은 없었다. 이달 말 임기 만료가 예정됐던 신원근(47)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25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업계 안팎의 예상대로 연임을 확정지었다.
신 대표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잇달아 교체한 카카오의 인적 쇄신 바람을 비껴갔다. '새로운 카카오'를 위한 쇄신 작업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신 대표의 경우 카카오페이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수장 자리를 지키게 됐다는 평이다.
지난해 경영 리스크를 겪으며 "인적 쇄신"을 외쳤던 카카오 그룹은 카카오 대표이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의 리더십 교체를 단행한 상태다. 최근 신 대표를 비롯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정도만 연임이 확정됐다.
그가 2022년 3월 대표로 임기를 시작한 후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선 일찌감치 그의 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그 배경에는 취임 이후 2년 연속 별도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카카오페이증권 등 자회사에 대한 투자로 인해 지난해 약 230억원의 당기순손실, 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실적은 악화했다.
다만 같은 기간 연간 거래액은 14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40조원을 넘어선 매출 기여 거래액(TPV)도 20%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초 제시했던 2022년 대비 TPV 15~20% 증가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연결 기준 카카오페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회사들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경우 해외여행보험부터 휴대폰·운전자보험을 잇따라 선보이며 보험 시장에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해외주식 거래 혜택 확대와 토론방 등 새로운 기능을 강화한 카카오페이증권도 MTS 거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카카오페이 측 설명이다.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는 것.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당기순손실 373억원, 카카오페이증권은 당기순손실 516억원 수준이다.
책임 경영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의 연임을 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를 당시만 해도 카카오페이는 '주식 먹튀' 논란으로 잡음이 이어지던 때다.
2021년 12월 류영준 당시 대표와 신 대표 등 임원 8명이 기업공개(IPO)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 878억원의 차익을 얻어 논란에 휩싸였는데 곧바로 사퇴한 류 전 대표와 달리 신 대표는 회사에 잔류하며 '책임 경영'에 공들여 왔다.
"카카오페이 주식 매도로 생긴 차익 전액을 자사 주식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신 대표는 3차례에 걸쳐 5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 20만원을 달성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 이를 이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등기이사 2명의 보수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400만원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최용석 기타비상무이사와 신 대표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2700만원에 그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신 대표는 임기 시작 후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자회사들의 견실한 외형 성장을 이끌었고, 책임 경영을 이행했다"며 "이번 연임으로 카카오페이와 자회사들의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내부의 기대처럼 신 대표도 전 국민의 금융 생활을 이롭게 하겠다는 비전을 다시 한번 제시했다. 그의 역할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부분은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29일 오후 2시15분 기준 3만8500원 수준인데, 공모가(9만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소식 등 여파로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며 4만원을 밑도는 모습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도 여의찮다.
업계에선 신 대표에게 주어진 2년이라는 기간에 주목하고 있다. 해내야 하는 과제가 많은 만큼, 새로운 시험대에 선 그의 경영능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