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은 안된다"···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혜택 단지 수요 '쑥'
대출 규제, 고금리 등에 아파트 수요자 청약위한 자금 마련 부담↑ 올해 84㎡ 평균 분양가 8억4천만원···청약하려면 최소 1~2억원 필요 계약금 1천만원 정액제·중도금 무이자 혜택·7억원 할인 분양도 나와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고분양가와 높은 이자 부담에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면서 건설·시행사들이 파격적인 마케팅 정책을 내세우며 수요자들의 청약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한 지금 상황에서는 미분양으로 남기는 것보단 수익을 줄이더라도 빠르게 완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한 것에 따른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청약을 위해서는 분양가의 10~20%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1~2월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가 3.3㎡ 당 2418만원, 전용 84㎡ 한 채당 평균 8억4417만원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을 때 최소 8441만원~1억6883만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3~4년 뒤 입주할 아파트를 위해 최소 1억이 되는 돈을 계약금으로 내는 것은 수요자들의 입장에선 쉽지 않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규제를 받는 상황이고, 자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향후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이 연 3.5%대의 예금 금리를 포기하고 계약금으로 몇 년간 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계약금 납부 이후엔 보통 6회에 걸쳐 분양가의 40~60%을 중도금을 내야 하는데, 중도금 비중이 큰 만큼 건설사가 주선하는 금융사를 통해 대출로 처리하게 된다. 8억 기준 분양 주택의 경우 약 4억8000만원 규모의 대출을 일으키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통상 5%라 가정해 보면 청약자들은 그에 따른 이자 연 1800만원~2100만원을 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미분양이 발생한 수도권 외곽·지방 분양 시장에선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각종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필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계약금이나 중도금 이자를 충당할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시행되는 분위기다. 올해 1~3월 중 분양을 시작한 15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들은 대부분 해당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금 정액제란 분양가와 관계없이 1차 계약금을 통상 500만원~1000만원으로 하는 혜택이다. 분양가가 5억인 아파트의 기존 계약금은 5000만원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의 경우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시행 주체가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 계약자 입장에서는 계약금만 내면 잔금 때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 아파트 분양에 대한 자금 부담이 확 줄어들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번달 분양에 나선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더 운정(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은 계약 축하금과 중도금 이자 지원 중 한 가지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추후 계약조건이 변경되더라도 민원이 발생되지 않도록 기존 계약자들까지 소급 적용하는 계약 보장 플랜도 실시해 수요자들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광주에 공급하는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 분양에서도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 I·II·III' 역시 계약금 1차 1000만원에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적용된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라그란데 단지 내 상가 분양건도 최근 '88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도금을 선납한 계약자에게 연 8% 혜택을 제공, 또는 중도금 납부를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해 최대 8%를 회사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분양에 나섰지만 아직 완판이 되지 않은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경기 김포 '고촌 센트럴 자이' 등도 당초 계약조건을 변경해 각각 중도금 30% 무이자·1차 계약금 1000만원, 중도금 전액 무이자·분양대금 중 잔금 20% 유예 혜택을 적용하고 미분양을 줄이고 있다.
대규모 할인 정책을 선보인 곳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더샵 루벤'은 전용 106㎡의 임의 공급분의 분양가를 기존 26억원에서 6억~7억원 정도 가격을 낮춰 이번달 공급했다. 가락동 '더샵송파루미스타'도 84㎡기준 22억4000만원이었던 분양가에서 4억원(18%) 가량 낮춰 18억대에 9가구를 이번달 분양해 수요자를 유입시켰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동안 분양시장에서 금융 혜택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데다 금융사에서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분양가 인상이 맞물리며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축소 움직임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아파트 청약 시 금융 혜택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잘 계산해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분양가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약 시장에선 금융 혜택 등이 당분간 추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