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브랜드 힘주는 '오비맥주 vs 하이트진로'···힘겨루기 돌입

엔데믹 전환 경쟁 심화···판관비 집행 수익성 ↓ 오비맥주,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맥주 앞세워···카스 라이트 리뉴얼 하이트진로, 켈리·테라 듀얼 브랜드 전략···켈리 출시 1년 만에 3억병 판매

2024-04-28     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국내 '맥주 2강' 오비맥주·하이트진로는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기존 메인 브랜드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세컨 브랜드와 투톱 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500억원, 2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64%, 35% 줄었다. 같은기간 하이트진로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조5202억원, 1239억원으로 전년보다 0.9%, 34.9% 감소한 수준이다. 엔데믹(경제활동 재개) 전환 이후 주류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원자재 비용 부담·광고선전비·판매관리비 증가가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맥주업계의 경쟁 심화와 주류업계 내 전반적인 판매관리비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며 "원재료비 등 비용 증가 부담과 긴 장마와 여름철 폭우 등으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의 선전 덕분에 지난해 맥주 판매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전체 맥주 판매량과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면서도 "켈리 출시 초기 신제품 홍보를 위한 판매관리비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판매관리비는 9901억원으로 전년(8727억원) 대비 13.4% 증가했다. 

국내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시장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 분위기와 맞물려 위축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산 맥주 브랜드·가성비 브랜드인 발포주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한편 하이볼 브랜드들이 다수 출시되며 맥주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맥주 점유율 1·2위 업체인 오비맥주·하이트진로는 주류시장 내 맥주 소비 주종의 다변화가 이어지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야하는 상황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 시장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로 지난해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46.75%를 차지했지만 2022년(48.12%) 대비 1.3%포인트 줄었다. 맥주업계 2위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28.47%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늘며 오비맥주를 뒤쫒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하이트진로 간에 점유율 18% 포인트 차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것이란 평가다. 오비맥주의 주력 상품인 카스와 하이트진로 주력 상품인 테라만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각각 세컨 브랜드로 켈리와 한맥을 내세우고 있다.

세컨 브랜드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테라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 4월 맥주 브랜드로 켈리를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올해 켈리와 테라의 듀얼 브랜드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켈리는 출시 후 99일 만에 1억병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출시 1년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량은 3억6000만병을 돌파했다. 배우 손석구를 켈리 모델로 내세워 TV 광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 카테고리 매출은 약 8233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7842억원 대비 약 4.98% 증가한 수준이다. 

하이트진로는 메인 브랜드 테라의 병과 캔, 페트 전 제품의 디자인 리뉴얼을 시행했다. 테라의 아이덴티티인 방패형 라벨과 삼각형 심벌, 로고 폰트를 심플하게 표현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라벨 면적을 기존 대비 10% 확대하고 최적의 비율로 로고를 적용했다. 테라의 상징인 삼각형의 크기도 키우고, 상단을 열어 개방감을 강조했다. 테라는 지난해 출시 후 누적 판매 41억병을 돌파한 상태다.

또한 친환경 활동 등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대학·업사이클링 브랜드와 연계한 청정 캠퍼스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가 주변에서 나온 폐물품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굿즈를 만들고 있다. 아울러 대학에 환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스포츠 마케팅과 맥주 축제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에서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라며 "성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대학가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스를 중심으로 맥주시장에서 1위를 공고해온 오비맥주는 지난 2021년 2월 하이트진로 테라 열풍에 대항하고자 신제품 맥주 한맥(HANMAC)을 선보이며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발탁했다. 다만 한맥은 2021년 출시 이후 약 3년이 지난 현재 맥주시장 내에서 인지도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한맥의 모델로 수지를 기용했다. 

특히 오비맥주는 한맥을 기존 생맥주 맛을 업그레이드해 출시한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맥주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생맥주를 전용잔에 따르면 밀도 높은 거품이 차오르는 음용법 '100초 환상거품 리추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초 여의도 IFC몰에서 임시매장(팝업스토어) 행사를 운영해 약 2만 5000명 이상의 누적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한맥 생맥주 취급 업소를 순차적으로 전국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오비맥주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해 라이트 맥주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카스 라이트를 리뉴얼 출시, 저칼로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이트 맥주의 특성을 살려 뺌(BBAAM)이라는 테마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MLB 서울 시리즈에 주류 단독 후원사로 참여해 카스 라이트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 부스를 운영했다. 최근에는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전 현장에서 e스포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