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CJ ENM의 현실' 보여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TV 모두 '무관'···'서울의 봄'·'파묘'·'무빙' 영광 '눈물의 여왕'·'내남결' 인기···영화, 20개월째 '적자' 콘텐츠 산업 리더십 회복 관건···티빙 성장에 기대

2024-05-11     여용준 기자
올해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 7일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여러 명장면들이 나왔다. 특히 화장실에 다녀온 김수현과 김고은-이수지의 만남은 숏폼 동영상으로 여러 곳에 돌아다니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 됐다. 

시상식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과 '파묘', 드라마 '무빙', '마스크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별 다른 사건사고 없이 모두의 축제로 남은 이번 시상식에서, 유난히 웃지 못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CJ ENM이다. 

CJ ENM과 그에 속한 주요 콘텐츠 계열사들은 이번 시상식에서 '눈물의 여왕' 김수현이 인기상을 수상했을 뿐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갔다. CJ ENM은 영화부문 시상식에는 아예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도 못했고 드라마 부문에서도 '무관'으로 돌아갔다. 

드라마·예능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건 아니었다.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으로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운수 좋은 날' 이정은과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이경이 각각 남녀 조연상 후보, 'LTNS'가 극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백상 TV부문은 디즈니플러스의 '무빙'과 넷플릭스 '마스크걸'이 나눠서 가져가는 형국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을 'OTT의 성장에 따른 변화'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남궁민은 드라마 '연인'에,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에 출연했다. 두 작품은 모두 MBC 드라마다. 

그리고 영화 부문에서도 천만영화인 '서울의 봄'과 '파묘'가 대중뿐 아니라 평단의 선택도 받으면서 좋은 작품은 여전히 관객이 선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해 CJ ENM의 부진은 그저 평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결과였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 백상에서 CJ ENM 작품의 활약을 돌이켜보면 이는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백상 영화부문 대상은 CJ ENM의 '헤어질 결심'이 받았다. TV부문에서 작품상과 여자 최우수 연기상(송혜교), 여자 조연상(임지연)을 받은 '더 글로리'는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했다. 또 '슈룹', '일타 스캔들', '작은 아씨들'은 모두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다. 

이처럼 59회 백상과 비교해보면 올해 백상은 CJ ENM의 콘텐츠가 얼마나 실패를 거뒀는지 보여준다. 

물론 트로피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진 않는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지상파 포함 전체 시청률 1위를 거둘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고 넷플릭스에서도 한때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성공했다. 실제로 올해 백상 후보가 공개됐을 당시 '눈물의 여왕'의 김지원이 여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프라임 비디오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일간 순위 1위, 월간 순위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에서 티빙 독점 공개한 이 드라마는 '이재, 곧 죽습니다'와 함께 가입자 유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백상 시상식만 벗어나면 여전히 CJ ENM의 콘텐츠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여러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CJ ENM의 리더십이 약해졌다. 

CJ ENM은 2022년 9월 '공조2: 인터내셔널' 개봉 이후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없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내놓은 '스위트홈 시즌2'나 '경성크리처', '웨딩 임파서블'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거뒀다. 

CJ ENM은 여전히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 노하우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CJ ENM은 CJ그룹의 주력 사업 중에서도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한다. 

어떤 관객들은 CJ의 영화·드라마에 대해 "너무 뻔한 것만 만든다"고 말한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만큼 CJ의 작품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전체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회사의 부활을 바라는 것은 산업 전체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당연하다. CJ ENM은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