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오 도요타 회장 "모터스포츠, 혁신의 토대···더 좋은 차 만들 것"

많은 반대 무릅쓰고 15년 전부터 모터스포츠 신차 개발에 활용 시장 반응 호의적···주행 즐거운 차에 많은 이 지갑 열어, 판매↑ 탄소중립 위해 수소차 출전, 기술 고도화로 멀티패스웨이 가속

2024-05-29     문영재 기자
도요타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사람은 저마다의 성향과 취향을 가진다. 따라서 좋은 차의 기준도 다양하다. 도요타 회장 토요다 아키오에게 있어서 좋은 차는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주행이 즐거운 차'다. 15년 전 도요타 사장직에 오른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터스포츠를 활용했다. 사내 연구개발팀을 통해 주행이 즐거운 차를 개발하려고 하면 복잡한 내부 절차로 인해 양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모터스포츠에서는 여러 경쟁자와 부딪히며 어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모터스포츠를 차량개발에 활용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요타 홍보지 도요타타임즈는 "아키오 회장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도 좋은 차를 만들고 있는데, 왜 모터스포츠까지 나가서 돈을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모터스포츠에 나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쓸데없는 일에 돈을 투입하고 있으니 사임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누구 하나 아키오 회장의 의중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그는 직접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명확한 결괏값 앞에 그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겠다는 직원이 점차 늘었다"고 했다.

아키오 회장의 좋은 차 만들기 노력에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취임 첫해인 2009년 760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작년 1120만대로 47% 증가했고, 2020년부터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초반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접근방식은 판매확대로 이어졌다. 지루하고 특색없는 도요타에서 운전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재밌는 도요타로 거듭났다"고 평했다. 도요타 성공의 중심에 있는 모터스포츠의 저력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소재 서킷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4시 내구경기 '슈퍼타이큐' 현장을 찾았다. 도요타뿐 아니라 스바루, 닛산 등 일본 대표 제조사들이 대거 참가하는 규모 있는 대회다.

"부아앙". 각 사의 경주차가 우렁찬 굉음을 내며 서킷을 내달렸다. 그중에는 도요타 경주팀 루키레이싱의 차도 있었다. 지난 2020년 아키오 회장이 만든 루키레이싱은 우수한 경주차와 드라이버를 갖춘 신흥팀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이 팀은 상위 클래스 ST-X, 중위 클래스 ST-Q에 경주차를 투입했다. 이중 ST-Q에 투입한 경주차에 많은 이가 관심을 보냈다. 전 클래스 유일 액체수소차이자 아키오 회장이 1번 드라이버로 운전대를 잡아서다. 레이싱수트를 입은 아키오 회장의 등장에 수많은 카메라가 스포트라이트가 터트렸다. 잠시나마 언론과의 간담회도 이뤄졌다. 그는 "모터스포츠는 혁신의 토대다. 이를 통해 좋은 차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운전 재미와 더불어 우리의 적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우리는 현재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하이브리드, 전기 등 여러 친환경차를 시판하고 있다. 수소를 원하는 고객도 있다고 판단, 이번 대회를 통해 액체수소차 양산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액체수소차는 GR코롤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연료인 수소를 엔진 내부에 직접 분사해 동력을 얻는다. 액체수소탱크 형상은 타원형으로 설계해 220ℓ에 이르는 연료탑재량과 135km의 긴 항속거리를 확보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탄소 회수 기술도 달았다. 이 기술은 대기 중 탄소를 회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목표는 24시 내구경기 완주, 그리고 경주차 완성도 향상이었다. 첫 번째 목표인 완주는 실패로 돌아갔다. 브레이크 시스템 설계 문제로 7시간가량을 달리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두 번째 목표는 부분적으로나마 성공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언론 대상 질의응답 시간에서 해당 경주차 개발을 주도한 도요타 차량선행개발실장 미요시 타츠야는 "액체수소엔진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가솔린엔진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났다. 내년에는 반드시 완주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 시스템 등 동력계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아키오 회장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행이 즐거운 좋은 차를 만드는 과업은 다가올 미래차 시대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도요타가 오래도록 운전자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브랜드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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