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경기 반영 본격화'···시멘트·레미콘업계, "마른수건 쥐어짠다"

1분기 시멘트 출하량 10.6% 감소···단가 인상 효과도無, 매출 하락세 레미콘 업체 실적 악화 본격···유진기업‧아주산업, 매출‧수익 모두 감소 업체들 "앞으로 업황 더 나빠져···원가 절감‧공정 효율 높여 수익 개선"

2024-05-28     오세정 기자
레미콘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들어 시멘트와 레미콘 등 건설자재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특히, 후방산업인 건설자재 업체들의 경우 건설경기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서 올해 하반기 실적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1049만톤(t)으로 작년 동기(1173만t) 대비 10.6%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1214만t을 기록했던 시멘트 출하량도 올 1분기 들어 1053만t으로, 13.3% 줄었다. 반면 재고는 작년 동기 대비 61.3% 늘어난 129만t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은 줄고, 재고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건설업계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568만㎥를 기록해 2022년 1억1084만㎥보다 31.7% 감소했다.

수요 감소에 따라 주요 시멘트 업체 대부분 시멘트 매출과 생산 실적도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한일시멘트(연결회사 포함)는 시멘트 매출이 지난해 1분기(2031억원)보다 1917억원으로 5.6% 감소했으며, 생산실적 역시 271억t에서 244억t으로 10.0% 줄었다. △한일현대시멘트(제품 매출 8.5% 감소‧생산실적 7.0% 감소) △삼표시멘트(2.6%‧7.2%) △아세아시멘트 (2.0%‧4%) 등도 제품 매출과 생산 실적이 모두 줄었다. 쌍용C&E의 경우 시멘트 매출(2650억원→2878억원)은 8.6% 늘어났으나 생산 실적(272억t→252억t)이 7.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건설사 부실시공 논란으로 시멘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제품 단가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것을 고려하면, 1분기 제품 매출과 생산실적이 예년과 비교해 더 저조해 실제 업황은 더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멘트보다 먼저 건설업계 수요에 반응하는 레미콘 출하량은 감소세가 본격화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 결과,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1억3360만㎥로 전년보다 4.1% 감소했고, 올해 출하량은 작년보다도 2.3% 줄어든 1억3050만㎥ 규모로 추산된다. 

대형 레미콘업체인 유진기업과 아주산업도 건설경기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1분기 레미콘 생산량이 줄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유진기업과 아주산업의 레미콘 생산 실적은 142만㎥, 84만㎥로, 각각 10.9%, 20.8% 줄었다. 같은 기간 유진기업은 1분기 별도기준 매출 2172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3.1%, 46.8% 실적이 떨어졌다. 아주산업은 매출 1179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으로, 2.2%, 28.4% 감소했다.  

또 시멘트업체 가운데 레미콘 사업을 병행하는 업체들 역시 레미콘 매출과 생산 실적이 하락했는데 시멘트와 비교해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일시멘트는 레미콘 매출과 생산 실적이 각각 12.6%(777억원→679억원), 21.2%(85억㎥→67억㎥) 감소했으며, 삼표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레미콘 매출이 7.5%(133억원→123억원), 9.2%(326억원→296억원), 생산실적이22.5%(151억㎥→117억㎥), 18.9%(37억㎥→30억㎥) 줄었다. 

이 가운데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경우 대형 레미콘업체들보다 생산 실적 감소폭이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제는 시멘트‧레미콘 업체의 경우 후방산업으로 건설경기 영향이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건설 침체 영향이 이제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시멘트업체의 경우 작년 단가 인상분으로 올해 상반기까진 수익을 보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앞으로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침체된 건설업황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안보인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시멘트‧레미콘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3~5월 봄철 성수기지만 매출이 작년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건설 경기 하락세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시장이 좋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 영향에 따른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이나 공정효율을 높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올해 주택 착공 감소와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지난해 대비 주택 착공이 2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다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수익구조 다각화 및 원가구조 개선 등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