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기업대출, 올 들어 35조 급증···부실 경고등 켜지나

지난달 5대銀 기업대출 잔액 802조···전달比 6조↑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오름세···"부채 질 저하 유의"

2024-06-04     이진희 기자
시중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들어 은행권 기업대출이 눈에 띄게 불어난 가운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 상승은 물론, 부실채권 규모도 급증한 실정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30일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02조1847억원으로, 4월 말(796조455억원)보다 6조1392억원 늘었다.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5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누적 증가액은 34조8708억원에 달한다. 대기업 대출이 전달에 견줘 3조7422억원 증가한 154조9642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2조3970억원 늘어난 647조220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의 빠른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은행들이 기업대출 위주로 성장을 모색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특화조직인 '쏠(SOL) 클러스터'를 신설했으며, '기업금융 명가 복원'을 외친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를 늘려나가고 있다.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흐름은 타 은행에서도 나타나는 추세다. 이에 지난 3월(8조4408억원)과 4월(10조8941억원)엔 기업대출 증가 규모가 8조~10조원대 뛰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려 이익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한계에 내몰리는 기업이 늘어, 부채의 질까지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3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1년 전(0.35%)보다 0.13%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2%p 오르는데 그쳤지만, 중소기업(0.58%)과 개인사업자(0.54%) 연체율은 각각 0.17%p 뛰었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 역시 오름세를 탔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0.50%로 전년 동기(0.41%) 대비 0.09%p 상승했는데, 이 중 기업여신이 1년 전보다 0.11%p 오른 0.61%를 보였다. 부실채권 비율이 0.04%p 상승한 가계여신(0.27%)보다 가파르다.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의 오름폭이 컸다. 대기업여신(0.48%)이 전년보다 0.10%p 상승하는 동안, 중소기업여신(0.69%)과 개인사업자여신(0.41%)은 각각 0.12%p, 0.14%p 올랐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계기업 부채 비중 확대 등 기업부채의 질이 다소 저하되고 있는 데에는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부채는 부문별로 관련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데 초점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