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시장서 커지는 '유남불완' 운동···국내 시장 영향 끼치나

"남자가 나오면 플레이하지 않는다"···중국 게이머 '분노' 서브컬처 대중화에 여성 유저 확대···커뮤니티 목소리 높아져 커지는 중국 서브컬처 시장···"국내 시장 영향 받을 것"

2024-06-03     이도경 기자
아주르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중국 서브컬처 게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남자 캐릭터가 있으면 소비하지 않겠다"는 '유남불완(有男不玩)'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3일 텐센트QQ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수집형 RPG에서 남성 캐릭터를 뽑거나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 관계성을 맺는 걸 보고싶지 않다는 이유로 남성 캐릭터 혹은 NPC가 등장하는 게임을 불매하겠다는 목소리가 힘을 키우고 있다.

해외 매체들은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이용자는 대부분 일부 커뮤니티에 집중돼있다"면서도 "'유남불완' 운동을 다룬 많은 동영상이 조회수를 얻고 있고, 게임 매체들이 이를 거론하면서 개발사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렀다. 이는 시장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개발자들에게도 경감심을 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게이머들의 분노···"남자가 나오면 플레이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중국 서비스가 시작된 수집형 RPG '소녀전선2(돌스 프론트라인2)'는 베타 테스트에서 남성 NPC인 '레이몬드'의 존재로 평판이 크게 떨어지며 정식 출시가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용자들은 해당 게임의 베타 테스트 당시 특정 캐릭터가 레이먼드에게 다정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 분노했고, 개발사 선본 네트워크는 정식 출시 연기 후 레이먼드를 여성 NPC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벽람항로의 개발사 '만쥬(Manjuu)'가 지난 3월 발표한 오픈월드 RPG '아주르 프로말리아'는 트레일러 및 키비주얼에 여성 캐릭터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의 성별을 남성으로 설정 가능하다는 이유로 공식 계정에 9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 7월 출시된 PC·모바일 게임 '스노우 브레이크: 포비든 존'은 이러한 운동의 영향으로 올해 게임 내 모든 남성 등장인물을 삭제하고 게임 내 이미지와 대사 등을 모두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17173 등 중국 매체는 '스노우 브레이크'가 해당 조치로 매출이 크게 상승, 지난 5월 중국 국민 게임 '왕자영요'를 넘어서기도 했다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달 출시 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지난 2022년 출시된 AISNO 게임즈의 '무기미도' 등 많은 중국 서브컬처 게임들이 '유남불완' 운동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브컬처 대중화에 '소프트 포르노' 잃은 이용자들···커뮤니티로 여론 점령

현지 매체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상당 기간 '소프트 포르노'로 작용해온 서브컬처 문화가 대중화되는 과정에, 늘어나는 여성 게이머를 포용하면서 자신들의 전유물을 잃은 남성 게이머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이라 분석했다.

현지 매체 텐센트QQ는 "서브컬처(二遊) 게임은 탄생 초기부터 소프트 포르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고, 대중의 일반적 인상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원신'의 성공으로 서브컬처 게임은 더 이상 옛날의 개념이 아니게됐고, 게임의 품질과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남성 게이머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 반면 여성 게이머들이 늘면서 남성 게이머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특정 커뮤니티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끝내 게임 제작사를 굴종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지 매체 chuapp은 자국 내 '유남불완' 운동을 두고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게임 시장이 한국이 걸어온 길을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chuapp은 "과거 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했던 한국 게임 시장이 2010년~2014년 자본 퇴조와 함께 경쟁력을 잃었고, 게임사들이 특정 소비자 층을 겨냥해 '사업을 쪼개기' 시작했다"며 "게이머가 자신의 '성벽(性癖)'에 맞는 캐릭터를 찾을 수 있도록 여성 캐릭터 디자인을 연구한 시프트업,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기호화해 게이머들의 집단 정체성으로 자리잡도록 한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넥슨 '메이플스토리' 내 일부 이용자들의 '손가락 검열' 사건 등을 언급하며 "한국 개발사들은 여러 성별과 다른 취향의 청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특정 그룹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장 환경의 변화로 중국 내에서도 게임 커뮤니티의 입지가 높아졌고, 중국 내 남성 게이머들 역시 목소리를 키우며 여론의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쿠로

◆ 게임 산업, 높아지는 중국 의존도···국내 시장 영향 받을까

중국 내 서브컬처 문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집형 RPG를 비롯한 서브컬처 게임들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고, 중국 판호 발급 확대 등으로 국내 게임의 중국 시장 의존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3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서브컬처 장르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317억700만 위안(약 5조7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0% 증가했다. 호요버스의 서브컬처 RPG '원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흥행에 성공한 후 대부분의 RPG가 서브컬처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성 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중국에서 모든 성인물 유통이 제한되고 판호 제도를 통해 게임의 생성·유통까지 제한되는 상황에 일부 소비자들이 출시 게임물의 성인물적 요소를 강요하는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중국의 판호 발급 확대로 한국 게임 시장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일부 극단적인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동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을 통해 게임 산업 내 '게임물의 포르노화'와 차별의 바람이 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남성 캐릭터를 바라지 않는 중국 내 움직임이 장기간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Chuapp은 "'유남불완' 운동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NGA 등 커뮤니티에 있고, 소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에서 볼륨이 크다고 해서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프로젝트들은 '유남불완' 운동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서는 한 차례 크고 작은 물결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게이머와 제조업체의 향후 대응에 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