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은행 금융사고···금감원장 '내부통제' 고삐 죈다
책무구조도 도입 앞두고 이달 19일 은행장 간담회 국민·우리·농협銀 줄줄이 사고···부당대출·횡령 등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부당대출, 횡령 등 은행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내부통제' 고삐를 죈다. 다음달 금융회사 CEO까지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의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사고가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자정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9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원장이 은행장들과 회동하는 것은 지난 3월 18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 3월에는 금감원의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된 직후 마련된 자리였다.
오는 19일 열릴 간담회에서는 은행권 내부통제 현황이 주요 논의 사항으로 다뤄질 것이란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가 다음달 본격 도입되는 데다 올해 은행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로 금감원 제재를 받은 우리은행에서는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우리은행 경상남도 김해의 한 영업점 직원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간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대출신청서와 입금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린 후 해외선물, 가상자산 등에 투자해 6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해당 직원에 대한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조치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KB국민은행에선 지난 3월 10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4월에도 2건(각각 272억원·111억원)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을 과다 산정하거나,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규정을 넘어서는 대출을 내준 것이 밝혀졌다.
NH농협은행에서도 올해 3월 100억원대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에도 2건의(각각 53억원·11억원) 배임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대출자가 공문서를 위조해 고액의 대출을 받아갔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영업점 직원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농협은행 직원이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고 허위계약서를 통해 담보가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금융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내부통제팀을 신설하거나 직원 윤리교육 및 사고 신고제도를 운영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집중해왔다. 발생 가능한 사고를 막고자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 보직 기준도 까다롭게 설정했다. 금융회사 CEO·임원 등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담은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기도 했다.
은행들의 노력에도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19일 열릴 간담회에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게 마련해달라는 금감원장의 강력한 주문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횡령이나 사기와 같은 개인 범죄까지 실시간으로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한 은행에서 동일한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당국의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