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쟁의 발생 결의"···하투 그림자 짙어진 車업계

문용문 지부장 "회사가 조합원 성과 미치지 않는 안 꺼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아·한국지엠 노조도 강경 입장

2024-06-21     문영재 기자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쟁의(파업) 발생을 결의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투쟁)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파업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꾸렸다.

노조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여부도 나올 예정이다. 과반이 파업에 찬성하고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하반기 경영환경과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성과금 350%+1450만원 지급 등을 내놨다.

문용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지부장은 "회사가 지난해 조합원들이 올린 성과에 미치지 않는 안을 꺼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6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기아, 한국GM 임협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산하 지부가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 한국지엠 교섭권을 쥐고 있어서다.

실제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자세로 교섭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장기근속자 격려금 400만원 지급, 경조 휴가 제도 개선, 정년 연장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사는 다음 달 2일 상견례 후 주 3회 교섭을 진행한다.

한국지엠도 올해 교섭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통상금 300% 지급 등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확정된 요구안의 배경과 근거에는 전 조합원이 감내해야 했던 지난 10여년의 고통과 희생이 녹아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단단히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19일 인천 부평 한국지엠 본관에서 11차 교섭을 마무리했다. 차기 교섭은 양측 간사 논의 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기업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원만한 교섭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둔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노사간담회를 열고 노사가 상생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뜻을 모은 상태다. 이 자리에서 김동석 르노코리아 노조위원장은 "하반기 신차 준비에 노사가 함께 만전을 기하고 신차 판매 성공을 위해 노조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