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늘리고 신용대출은 축소···저축은행 고육지책 통할까

저축銀 담보 대출 확대···SBI저축 주담대 금리 2.1%p↓ "리스크 적은 담보대출 선호" 수익성보다 건전성 우선

2024-06-23     정지수 기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이 담보대출 비중을 높이며 대출 영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로 인해 연체율 등이 급증한 탓에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마냥 주수익원인 대출 영업을 손 놓고 있을 수 없어서다. 위험 부담이 큰 신용대출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건전성과 수익성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저축은행의 고육지책이지만, 서민들의 금전창구인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에 소홀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이달 주담대 금리를 기존보다 최고 2.1%p 낮췄다. 인하된 금리에 따라 사업자 고객은 5.54~14.95%, 개인 고객은 5.54~11.95%의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SBI저축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담보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다른 저축은행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아파트·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수는 94개로, 1년전 보다 15개 늘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자동차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영업하며 동산담보대출 잔액을 늘리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1135억원에서 올해 3월 말 7321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100조7456억원으로,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상품 수는 지난 4월 기준 85개로, 1년 전(92개)보다 7개 줄었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 것은 업계 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로, 지난해말 6.55%에서 3개월 만에 2.25%p 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대출로 인해 높아진 연체율 때문에 대손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런 여파에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1분기 15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보다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저축은행들이 안정적인 담보대출 확대를 통해 건전성 회복을 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민 대출창구인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비중이 커지면 '서민금융'이 소홀히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등 담보가 없는 서민들은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아직까지는 담보대출 수요가 많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대가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담보대출은 평균 7~10%대로 제공되는 반면, 시중은행 담보대출은 3~6%대에 그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다 보니 안전한 자산으로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시중은행보다 금리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시적인 영향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