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위권 건설사, 비상경영 돌입?"···부실기업 구조조정 필요

전략기획실서 6개월간 '2024년 비상경영 시행' 공지문  임원 수‧급여 삭감, 직책자 수당 지급 정지, 직원 휴무 등  20~30위권 "비상경영 아니지만 원가‧비용 절감으로 긴축"

2024-06-23     오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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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0위권 건설사 가운데 한 곳이 이달 중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내용이 알려져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체 구조조정에 가까울 정도의 경영 조치를 시행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점에서다. 비상경영 내용으로는 전사 조직개편, 임원 수 감축 및 급여 삭감, 직원 휴무 시행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건설사들이 사업 축소나 원가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재무 개선에 나선 가운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부실 기업‧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서울파이낸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권 건설사 중 한 곳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기획실장 명의(사장(전략) 명에 의하여 공지함)로 작성된 해당 자료는 '2024년 비상경영 시행'이란 제목의 공지문으로, 지난 20일부터 6개월간 비상경영 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공지에서 회사 측은 "임직원 여러분이 주지하시는 대로, 회사 수행현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악화된 건설산업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아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치사항으로는 △전사 조직개편(별도 공지) △임원 수 감원‧급여삭감(1년)‧복지 축소 △직책자(팀장, PM, CM, EM) 수당 6개월간 지급 정지 △직원 자기돌봄 휴무 시행 등이다. 

이에 대해 도급순위 10~30위권 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취재해 본 결과, 해당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위 내용처럼 자체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 등까진 아니더라도 대부분 건설사들은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부터 사업비 예산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비용이나 자잿값 등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업계에서는 10위권 대형사인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직원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본사 인력 현장 배치, 임원 급여 삭감 등을 시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 바 있다. 이 가운데 보다 하위 건설사인 20~30위권 건설사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고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20위권의 A 건설사는 "골프 금지, 9시 이후 법인카드 사용 금지, 임직원 출장 자제 및 필요 시 본부장 선결제(이전 팀장급 이상만 본부장 후결제 방식), 전사 각종 판관비‧통제성 경비 등 비용 30% 삭감, 팀장‧현장소장‧임원 보직 수당 30% 삭감 등 긴축 경영을 돌입한 상태"라면서 "긴축 경영으로 불필요한 예산을 통제‧관리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고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위 내 B 건설사는 "특별하게 비상경영을 별도 공지하진 않았지만 워낙 업계 위기 상황인 만큼 연초 경영 계획이나 기조에서부터 불요 불급한 비용을 줄이고 사업도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불안을 겪어 온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본격화한 것은 연초에 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이후부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 워크아웃 개시 이후 계열사 매각, PF 사업장 정리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채권단과 금융당국 등의 협의와 의결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구조개선 차원에서 임원 감축 및 급여 동결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 자체적으로 특이 사항이나 공지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고금리가 이어지고, 하반기부턴 부동산 PF 구조조정도 본격화하면서 건설사마다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 업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모습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건설사는 총 1541곳(종합건설사 240곳, 전문건설사 1301곳)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가 확산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부실 기업이나 사업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부동산 PF가 폭탄이 되면서 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늘어났던 PF 사업 등을 점검하고 부실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건설사들의 PF 사업 구조는 이번 사태가 아니었다면 더 큰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건설사들도 재정‧재무 구조를 살펴보고 자정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