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코의 용광로는 탄소 없는 미래를 꿈꾼다

포스코 2035년 탄소배출 35% 감축,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파이넥스 연간 350만t 생산···수소100% 활용 하이렉스 개발 중

2024-06-26     김수현 기자
포스코의

[서울파이낸스 (포항) 김수현 기자] "새로운 '그린 철강'을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따라서 앞으로 철강 산업을 누가 이끌 것인지 결정될 것이다.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현재 세계 각국에서 노력하고 있다." 

지난 24일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이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 제철소의 심장, 용광로가 변화하고 있다. 철강 시장의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탈탄소 제철 방식으로 전환하며, 포스코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쇳물을 옮기는 기차 토페토카가 달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사가 진행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이전에 원료 보관 장소가 없어지며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 시설이 들어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하이렉스 홍보센터에는 아직 새 건물 냄새조차 빠지지 않았다. "지난주에 센터가 개관해 단체 방문객이 처음이다"는 관계자의 말은 하이렉스가 신기술임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포스코의

홍보센터는 포스코가 준비 중인 미래 기술인 하이렉스 기술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이렉스는 포스코의 녹색 철강을 향한 수소환원 제철기술을 말한다. 기존에 철은 거대한 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고 높은 열로 연소시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철광석(Fe2O3)에서 산소(O3)가 떨어져 나와 다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했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에 붙은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떼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제거할 때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 방식이 바로 하이렉스다.

현재 25%의 수소와 일산화탄소 75%를 사용하는 파이넥스(FINEX) 공법은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된다. 지난 2003년 첫 가동 이후 연산 35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96% 이상이다.

기존에 고로 하나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과 철을 녹이는 용융 반응을 한 번에 진행했다면, 파이넥스는 유동환원로와 용융로 각각을 사용해 분리한다. 포스코는 이 파이넥스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활용율 100%로 높이는 하이렉스 기술을 개발 추진 중이다.

파이넥스 3공장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보니 포스코 기술의 결정체인 쇳물이 용융로 내에서 붉게 흐르고 있었다. 제철소 내는 한낮 기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후끈했다. 용융로 앞에 달린 온도 계기판을 보니 1431도가 표시됐다. 관계자는 "쇳물을 녹이기 위해서는 통상 1500도의 고온을 유지하는데, 현재 이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 중이다"며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쇳물은 커버 밑 탄도로 흘러들어가 지하 토케도카 열차에 담겨 제강 공장으로 이동된다.

포스코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이 생산된 포항제철소는 51년이 흐른 지금, 탈탄소라는 철강 산업의 전환점 아래 있다. 포스코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이후 단계적 실행방안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렉스 상용화를 통한 2035년 탄소 배출량 35% 감축, 2050년 완전 탄소 중립을 목표한다.

다만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한 전 세계 기술 패권 경쟁력이 심화되며 국가 주도의 막대한 자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인프레인션감축법(IRA) 지원금의 84%인 480조원을 투입해 기술 패권 유지에 나서고 있다. 일본 또한 경제 회복 기회로 삼아 그린트랜스포메이션 기금에 10년간 민관 합산 150조엔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 추진반장은 "3000년 전 철기시대 때부터 해오던 일을 수소환원 과정으로 바꾸며, 철기 역사를 바꾸는 커다란 일을 하고 있다"며 "다만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