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공모 초읽기/下] 속도전에 대한 기대·우려 교차···용적률·분담금에 '시끌'
분담금 2억원·용적률 450% 예상했으나 300% 안팎 용적률을 제시한 지자체 건설업계 "사업성 없는 곳은 참여 어려워"···고분양가에 미분양 사태 우려 이주부터 입주까지 3년 준 정부···마스터플랜 수립 전 공모부터 '살인적' 일정
구체적인 시간표와 선도지구 선정과 관련한 배점표가 공개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제시하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사비 인상에 따른 사업성 저하와 촉박한 일정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2회차에 걸쳐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을 몇 개월 앞두고 정부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속도전을 강조하며 2027년 첫 착공과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정비 사업 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선도지구 선정에서 가장 관건은 주민 동의율이다. 평가 기준의 가장 큰 배점을 가지고 있는 주민 동의율은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성에 따라서 편차를 보이게 된다. 즉, 추가 분담금 예상 금액에 따라 동의율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터를 잡은 노년층이나 소형 평형이 많은 곳은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로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22년 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1기 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적정 분담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억원 이하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78.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재건축 시 정부가 제시한 3종 일반 주거지역에 대해 최대 450%(법정 상한) 용적률을 적용했을 때 가능한 금액이다.
앞서 25일 1기 신도시의 각 지자체들은 선도지구 선정에 대한 공모 방침을 공고했다. 지난 5월 정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기준을 발표하면서 선도지구 선정 시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공개된 각 지자체들의 공모 방침을 보면 지자체들은 도시의 기반시설 등을 고려해 과도한 용적률 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특별법은 3종 일반 주거지역에 대해 최대 450%의 용적률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300% 안팎의 기준 용적률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시와 부천시, 안양시에서는 재건축 단지에 330~360%의 기준 용적률을 적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지침 공고 전 이미 일부 아파트 주민들에게 안내된 바 있다. 또 특별법상 최대 용적률 적용이 가능한 역세권의 경우 각 지자체들이 오피스와 상업시설 등 상당한 수준의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부채납이 많아지면 최대 용적률이 적용되더라도 재건축 수익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추진 준비 단지들은 적용 용적률을 대폭 하향해 예산 분담금 등을 재산출하고 주민 설명회를 다시 열고 있다. 분당의 한 단지는 올해 초 용적률 450%를 적용해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시 관계자 등 재건축 담당 당국자들과 면담을 거친 후 최근 용적률 350%를 적용해 주민 설명회를 다시 열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용적률 450% 안과 350% 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기부채납 시 분담금이 크게 줄지 않아 단지 쾌적성을 위해 350%을 적용하자는 주민들과 조금이라도 분담금을 줄이는 게 옳다는 주민들이 나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 업계에서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의 여파로 사업성이 낮은 단지의 재건축 사업 참여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곳곳에서도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 현장이 멈추거나 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속도감 있는 재건축 사업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마다 조건이 달라 딱 잘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현재 공사비 수준과 용적률 수준으로 봤을 때 전용 84㎡ 기준으로 건축비, 즉 분담금은 5억원 안팎이 예상된다"며 "건설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사업성이 확보되는 곳이 아니면 수주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주민 동의율 90% 이상을 확보한 분당 상록마을우성아파트의 경우 전용 84㎡의 시세가 15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분담금 4~5억원을 더하면 일반 분양가가 19~20억원이 된다. 고분양가로 자칫 분양 흥행에 실패하면 미분양 사태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계획' 실현 가능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과거 36개월을 기준으로 공사기간을 잡았으나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소음·분진 등 환경 등으로 철거 기간이 늘었고,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노동이 정착된 데다 공사 현장에서 어느 때보다 안전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처럼 통합재건축을 추진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평가받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만 해도 이주·철거부터 착공을 거쳐 준공 승인이 나기까지 5년 이상 걸렸다. 이와 비교했을 때 이주부터 입주까지 3년으로 잡은 시간 계획표는 촉박하다고 볼 수 있다. 분담금 등의 문제로 일부 주민이 이주를 거부하거나 공사비 갈등 상황이 나오면 일정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노후도시 특별법'을 통해 조합 설립과 안전진단 등 사전절차를 대폭 단축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는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석대로라면 신도시 정비 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후 선도지구 선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속도를 위해 선도지구 공모부터 진행됨으로써 사업순서가 바뀌었고 주민들은 깜깜이 공모에 나서고 있다"며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공사비 인상과 분담금, 용적률과 기부채납, 이주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정부가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