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8년 만에 달러당 160엔대···역대급 '슈퍼 엔저' 왜
26일 달러당 160.88엔 기록···1986년 이후 최고치 더딘 통화긴축 속 엔화 약세 심화···연준과도 대비 추가 금리인상·양적완화 축소 불가피···"효과 미지수"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면서,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의 연이은 시장개입에도 통화긴축 전환이 지연되면서, 엔화의 취약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단순 시장개입이 아닌 금리인상 등과 같은 추가적인 긴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60.8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초 달러·엔 환율이 140엔 근처였음을 감안하면, 반년새 엔화 가치가 11.7%나 급락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서 원·엔 환율은 하루새 3.26원이나 떨어진 865.0원을 기록, 지난달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일본 정부의 실개입과 구두개입에도 심화됐다는 점이다. 앞서 일본 재무성은 지난 한달간 9조7885억엔(한화 약 85조원) 규모의 외환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24일 외환시장을 담당하는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통화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고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불과 사흘만에 엔화가치가 급락하자, 그는 전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근 환율 움직임이 너무 일방적이다.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엔화가 극심한 약세를 보인 배경엔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통화정책 노선이 꼽힌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3월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국채매입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실질적인 통화완화 노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 14일 금융정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이어졌으며, 직후 달러·엔 환율은 158엔을 돌파하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견조한 고용과 경기지표, 물가 등을 근거로 긴축적 통화정책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예상한 금리인하 시점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 내려가고 있던 달러가 다시 반등한 상태다.
일본 내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목표치(2%)를 장기간 웃돈 물가와 견조한 성장률(1.4%) 등을 근거로 약 23년 만에 디플레이션 탈출을 직접 표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BOJ는 약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키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막대한 부채 등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탈출선언과 BOJ의 통화긴축 전환 등이 더뎌지면서 엔화 약세 전망에 기반한 투기수요가 다시 몰렸고, 이는 지금의 '슈퍼 엔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선다고 해도 당분간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엔화의 취약성이 노출된 상황 속 실개입만으로 투기 수요가 진정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만으론 한계가 있다. 7월 금정위에서 추가 인상 혹은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같은 추가 긴축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BOJ가 긴축전환 속도와 관련해 정책적 실기를 한 측면이 있다. 추가 긴축이 엔화 흐름을 전환시킬지는 미지수이며, 엔화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역시 "길게 보면 달러가 내려가면서 엔화도 올라오겠지만, 결국 달러는 대체가 안된다는 게 크다"며 "연준의 피봇도 4분기로 밀리는 분위기라 결국 9월 FOMC 같은 분기점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장개입만으론 엔화가치가 안정화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