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받는 전삼노···카카오노조와 무엇이 달랐나

전삼노, 임금협상 결렬···8~10일 무노동 총파업 예고 총파업 참여율 저조···지난달 연가 투쟁도 저조한 듯 카카오노조, 사측 향한 불만 누적에 과반 노조 달성 "첫 파업 조심스러울 듯···불만 쌓이면 달라질수도"

2024-07-04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생산 차질'을 목적으로 한 총파업을 준비 중이지만, 노조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실현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노조 활동이 급속도로 늘어난 카카오노조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2일 전삼노는 그동안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이 결렬돼 무노동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 일정을 오는 8~10일로 정하고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다. 전삼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총파업 목적은 '생산 차질을 끼친다', '회사에 피해를 끼쳐서 우리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하겠다'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파업에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전체 노조원 수에 비하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에 가입한 임직원은 2만85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의 23% 수준이다. 그러나 전삼노에 따르면 3일 오후 2시 20분 기준 총파업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전체 7% 수준인 19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총파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자 "5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집결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호소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업장 홍보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실제 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노조가 강조한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7일 진행한 연가 투쟁도 노사 모두 참여한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실제 참여인원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전삼노의 단체행동에 대한 조합원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노조를 결성하고 성공적인 노조활동을 이끌어낸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주목받고 있다. 크루유니언은 '지분 블록딜 매각'으로 논란을 빚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의 카카오 대표 선임 철회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 저지 등에 나서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크루유니언은 전삼노보다 1년 빠른 2018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를 통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 100여명의 노조원으로 시작해 2021년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에는 노조원 수가 2000명대에 육박하며 IT업계에서 첫 과반 노조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직이 잦고 직원 연령이 젊은 IT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2021년 말, 2022년 이후에는 경영진의 리더십, 소통, 신뢰가 부족한 데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노조원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 엔데믹 이후 전면 출근제 전환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카카오 임직원들은 재택근무 종료와 함께 근무제의 잦은 변경에 따른 업무 혼선이 더해지면서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커머스 등의 인수합병이 반복된 점과, 짧게는 매주 단위로 이뤄진 조직 개편, 지나치게 잦고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이 문제"라며 "근무제를 변경할 때도 시행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최종안을 공유하고, 오픈톡(타운홀 미팅) 횟수도 줄고, 항의와 문의에도 회사는 답변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크루유니언의 경우 사측을 향한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노조가 성장했다면 전삼노의 경우 사측에 대한 불만이 아직 누적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사내 갑질 등으로 잦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되면서 대내외 신뢰에 금이 가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임금협상에 따른 불만으로 노조의 단체행동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임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파업' 자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확대된다면 파업 규모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위원회는 지난 3월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상안은 노조가 요구한 평균 임금 인상률 6.5%, 유급휴가 1일 추가 등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DS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대비 올해는 1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측은 성과급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삼노 측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사측에 요구했으나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절됐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0%'라고 정하면서 불만이 더 커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임금 협상안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15%'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임직원 900여명은 임금 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해 노사 갈등은 더 확대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4월 5일까지 쟁의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노조원의 97.5%가 파업에 찬성하면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노조와 대화에 임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