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선정에 잇따른 잡음···'방통위 정상화' 가능할까

이진숙 "방통위 2인 체제 장기화 책임 민주당에"···여야 정쟁 가속화 방송법 개정안 등 현안 산적···"방통위 정상화·대안 마련 시급"

2024-07-08     이도경 기자
이진숙 신임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지난 4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에 '극우 인사'라고 불리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지명되며 여야간 마찰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사실상 업무 마비상태에 놓인 방통위의 정상화와 각종 현안 해결에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사퇴 이틀 뒤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관리 능력과 소통 능력을 고루 가줘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미디어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방송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다만 이같은 분석에도 업계는 방통위 운영의 정상화가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바라본다. 취임 전부터 이 후보자가 여야 정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데다, 후보자 본인 역시'공영 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인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 취재진과 만나 "만약 제가 청문회 절차를 거쳐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하는 직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현안은)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라고 밝혔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MBC 등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이같은 이유로 공영방송 3사(KBS·MBC·SBS) 이사 선임 계획을 강행했고, 야당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며 탄핵안을 제출하자 자진 사퇴에 나섰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과 같은 견해를 유지하는 이 후보자를 신임 방통위원장에 내정하며 여야간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극우 인사' 등용에 제동을 걸겠다며 탄핵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오보 사태의 주역인 이 후보자는 이태원 참사 기획설과 5·18 희생자를 모욕하는 글에도 동의한 극우 인사"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검증해 대통령실의 막무가내식 극우 인사 등용에 제동을 걸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과거 MBC 보도본부 등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된 노컷뉴스 보도를 두고 법적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6일 입장 자료를 통해 "허위 사실을 근거로 개인으로서와 기자로서의 성격과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는 명예훼손이며 관련 언론중재 신청, 명예 훼손 고소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가 본인에 대한 검증 보도에 법적 검토를 운운하고 있는데, 완장을 차기도 전 언론의 팔을 비틀 생각 뿐"이라며 "이 후보자가 극우적 주장으로 언론을 좌우할 생각이라면 그 자체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라'는 방통위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방통위 운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2인 체제 개선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 대통령 지명 2명을 포함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동관 전 위원장과 김홍일 전 위원장 시절 여당 측 인사인 이상인 부위원장을 포함한 2인 체제로 운영되며 논란이 지속돼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해당 체제가 장기화되는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밝혔다. 2인 체제 의결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가정 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처럼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대치가 거세지는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 △국내 OTT에 대한 규제 차별 개선 △단통법 폐지에 관한 논의 △유료방송 콘텐츠 사용료 대가산정 제도 개선 등 방통위 현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각종 규제 완화나 산업 진흥에 관한 내용 등 방통위의 현안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누가 됐든 빠른 시일 내 5인 체제를 완성하고 방통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격 부족 후보자에 대한 탄핵도 야당의 권리지만, 급변하는 방송 통신 시장에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안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논의가 국회와 방통위 사이가 아닌 방통위 내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