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개장] 트럼프 리스크에 외환시장 '출렁'···원·달러 환율, 1387원 돌파
0.8원 오른 1384.0원 출발···장초반 1387.1원까지 상승 트럼프 효과에 달러인덱스 104pt 육박···위안화 약세도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확산된 위험선호심리를,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달러 강세가 제압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경기부진우려에 기반한 위안화 약세 역시 원화가치를 끌어내렸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이 새벽 2시 종가 기준으로 전장 대비 7.4원 오른 달러당 1383.2원에 마감했다. 이날에는 0.8원 오른 달러당 1384.0원에 개장, 장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1387.1원까지 올랐다.
전일부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진 배경엔 '트럼프 트레이드'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이후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트럼프의 정책과 관련된 자산들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대규모 감세와 수입관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하며 대규모 재정적자, 물가상승률의 반등 등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대형 기술주와 은행주 등이 힘을 받고 있으며, 안전자산선호에 기반한 달러 강세 배팅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103.7pt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4pt선에 근접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전일 워싱턴 DC 경제 클럽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통화정책 시차를 고려했을 때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늦을 수 있다"고 발언했지만,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현재 시장은 고용·물가 둔화 등을 근거로 9월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지만, 인하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달러당 7.26위안선까지 상승(절하)한 위안화 약세 역시 영향을 미쳤다.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 시장 예상치(5.1%)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6월 소매판매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대 성장이라는 올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위험선호에 따른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 환율 상승을 유발한 역외 롱플레이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외국인 증시 순매수, 반기말 이월 네고 물량 경계 등은 환율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며 "오늘 환율은 달러 강세를 쫓아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이겠지만 역내 매도 물량에 상쇄돼 1380원 중반 중심 등락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