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침체에···대형 건설사, 제시 목표액 달성 '적신호'
상반기 해외 수주액 156억달러···1년 새 10% 줄고 대형 건설사는 60% 급감 전체의 65%가 중동 공사···삼성E&A, 사우디서 60억8천만달러 올리며 1위 기록 누적 1조달러까지 206억달러 남아···고부가 가치 대형 사업·지역 다각화 필요 현대·대우건설, 하반기 각각 공사비 9조 불가리아·30조 체코 원전 사업 기대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해외 건설 목표 수주액 달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상반기 동안 중동 지역 수주 등 성과가 났지만, 전체 지역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대비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수주가 반 토막 나며 기업 자체 해외 수주 목표액 달성도 요원해진 상태다. 이에 건설사들은 하반기 원전 사업 등 대형 수주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 234개사가 79개국에서 296건으로 155억8000만달러(21조5309억원·약 1380원 기준)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줄어든 수치다. 지역별로 중동지역의 수주액이 100억3000만달러로 전체의 64.4%를 차지했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주는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실적이 하락했다.
특히 10대 건설사의 해외 수주 총액은 46억2764만달러(6조3894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나 감소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등의 영향으로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대형 건설사 공장 건설 수주가 유독 많았던 것"이라며 "해외 수주가 몰리는 특정 시기가 있기 때문에 상반기 수주액이 줄었다 해도 기업들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해외 수주 1위는 삼성E&A였다. 60억8100만달러(8조3973억원) 수주액을 올리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전체 수주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에 달했다.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사가 발주한 '아람코 파딜리 가스 증설프로그램 패키지 1&4' 프로젝트 한 건을 수주하면서 이 같은 실적을 기록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북동쪽 350km에 위치한 기존 파딜리 가스 플랜트를 증설하는 것으로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주액을 올렸다. 특히 그룹사 물량인 북미 배터리 공장 등을 품으면서 39억2700만달러의 수주고를 쌓았다. GS건설은 삼성E&A와 마찬가지로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아람코 파딜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2'를 수주하면서 3위에 올랐다. GS건설의 총 수주액은 17억8600만달러다.
이 외 10대 건설사 중에선 삼성물산만이 해외 수주액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연속 3년 해외 수주 1위에 올랐던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2억7300만달러로 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순위권에 들었던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대우건설 등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은 상반기 해외 수주 실적이 없다.
올해 자체 해외 수주 목표액을 제시한 10대 건설사들의 달성률은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5조5000억원 중 98.6% △GS건설 5조4000억원 중 44.82% △현대건설 11조8000억원 중 18.8% △삼성물산 8조원 중 4.7% △대우건설 3조원 중 0.24% 등이다.
사실상 삼성E&A의 사우디 수주가 없었다면 중동 지역 수주도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이고, 북미와 태평양 지역도 1년 새 55%나 감소, 아시아 수주액도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업계에선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 리스크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올 초 목표로 제시한 연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달러, 연간 400억달러 달성 목표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하반기 1조달러 달성을 위해선 205억9000만달러, 4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선 244억2000만달러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하반기 고부가 가치 사업 위주로 수주에 나서는 한편, 특히 원전 등 대형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반기 기대되고 있는 대형 수주로는 공사비 9조원에 달하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수주(현대건설), 30조원 규모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주(한국수력원자력.대우건설 등) 등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달 말 직접 불가리아 대통령을 만나 회사의 원전 공사 수행 경험과 기술력을 홍보했다. 대우건설도 사업 수주를 위해 프라하 현지에서 '체-한 원전건설 포럼'을 개최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반기에 200억달러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그동안 연간 300억달러 규모를 달성한 사례를 보면 꼭 상반기 150억달러, 하반기 150억달러로 나뉜 건 아니다"라며 "상반기 예정됐던 일부 수주들이 밀려 하반기에 계약될 것이고, 원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 수주 가능성, 정부의 수주 지원 활동도 있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