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붕 하나 열었을 뿐인데"···도로 위 주연 '벤츠 CLE 카브리올레'
시속 60km 이하에서 직물 소재 지붕을 열 수 있어···운전 재미 '극대화' 2열 좌석 성인 남성 앉기에는 좁아, 짐 공간으로 쓰는 게 더 나아 보여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는 지난 1997년 등장한 CLK 카브리올레를 떠오르게 한다. C·E클래스의 장점만 쏙쏙 뽑아 만든 차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강력한 퍼포먼스, 짜릿한 오픈에어링 등 대중을 혹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지난 16일 부산 일대에서 CLK 카브리올레의 계보를 잇는 CLE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여섯 개의 피스톤이 만들어 내는 풍부한 토크는 가속 초반부터 차를 강하게 끌었다. 격벽을 타고 넘어오는 소리도 우렁찼다. 속도계 바늘은 어느새 세 자릿수를 가리켰다. 혼을 쏙 빼는 흡입력과 폭발력을 더 진하게 경험하고자 잠시 속도를 확 줄였다. 시속 60km(킬로미터) 이하에서만 직물 소재의 지붕을 열 수 있어서다. 센터 콘솔 하단에 있는 별도의 버튼을 당기자, 지붕이 서서히 열렸다. 한여름의 더운 공기에 머리칼이 흩날렸다.
에어캡을 활성화했다. 에어캡은 앞 유리 상단과 2열 좌석 바로 뒤에 있는 윈드디플렉터가 운전자 머리 위로 공기막을 형성해 외풍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돕는다. 다시 가속 페달을 짓이겼다. 엄청난 속도감과 함께 크고 힘찬 엔진음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집중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야성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381마력, 51.0kg.m(킬로그램미터)고,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9단 자동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4.7초.
굽잇길을 앞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눌러 속도를 줄였다. 제동은 안정적이었고, 곧바로 이어진 조향은 차체를 모퉁이 안쪽으로 집어넣는 데 무리가 없었다. 쏠림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갔다. 탄탄한 서스펜션은 끊임없이 지지력을 보태며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정속 주행 시 느껴지는 승차감은 그랜드 투어러라고 불러도 될 만큼 편안했다. 감탄을 자아내는 충격 흡수 능력 덕에 누더기 같은 아스팔트 위를 지나고 있을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참고로 하체는 에어서스펜션이 아닌 코일서스펜션이고, 속도 및 노면 상태에 맞게 댐핑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을 포함한다. 주행 안전을 위한 장비에는 △긴급 자동 제동 △차선 유지 보조 △충돌 회피 조향 보조 등이 있었다.
두툼한 운전대는 꽉 쥐기 좋았고, 티맵 모빌리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은 신속·정확한 길 안내를 지원했다. 이와 관련, 벤츠코리아는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티맵 오토는 올 하반기부터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내 마감은 질 좋은 가죽으로 처리했다. 좌석도 마찬가지였다.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포근히 감쌌다. 2열 좌석은 좁았다. 키가 작은 성인 또는 어린이가 앉지 않는 이상 짐 공간으로 쓰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가격은 1억80만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강력한 6기통 엔진,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서스펜션, 풍부한 안전·편의 사양 등은 제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벤츠코리아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204마력의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7880만원짜리 모델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