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박수는 치는데 떠나지는 말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IP 기반 속편 제작 확대 여러 사정으로 등장하거나 그렇지 못한 속편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영화 '타짜' 속편의 부제목은 '신의 손'이다. 영화에서는 '신의 손'에 대해 최고의 패가 손에 들어왔을 때 판을 털고 일어나 도박을 그만두는 경지라고 말한다. 이는 '박수칠 때 떠나라'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멋진 말이다.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박수는 치는데 떠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공적인 OTT 드라마를 마주했을 때다. 대부분의 OTT 드라마는 첫 시즌을 마칠 때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고 끝을 낸다. 드라마가 성공했다면 다음 시즌 제작을 확정짓지만, 실패했다면 그 찝찝한 결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넷플릭스는 19일 '스위트홈3'을 공개했다. '스위트홈'은 2020년 첫 공개돼 '오징어 게임' 이전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시즌2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시즌3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즌3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만약 시즌3이 성공을 거둔다면 팬들은 다음 시즌이나 스핀오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스위트홈'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시리즈'로 남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경쟁이 거세지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으로 '속편'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성과를 거둔 대부분의 작품들이 차기 시즌을 내놓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앞서 언급한대로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두고 끝냈다면 그대로 제작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두지 못했는데 제작을 하게 된다면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오징어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게임 장르의 특성상 등장인물 대부분이 죽었다.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장면이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 '열린 결말'에 더 가깝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등장인물들을 다 죽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3년여 고뇌 끝에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1편에서 정을 줬던 캐릭터들 대부분이 사라졌고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계획이 없이 속편을 만들게 된 경우는 '사냥개들'도 해당된다. 지난해 공개된 '사냥개들'은 촬영기간 중 주연배우 1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하차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이미 각본 수정과 함께 웹툰과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가 돼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독도 차기 시즌은 전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냥개들'은 전형적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결말을 맞이했다. 각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김주환 감독은 목 디스크가 4개나 나가고 구토 증상이 생길 정도로 고생했다고 한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냥개들'도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초 차기 시즌을 제작하기로 했다. 시즌1의 주인공인 우도환과 이상이 외에 비, 황찬성이 새롭게 합류한다.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잘 준비해서 차기 시즌을 만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차기 시즌을 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킹덤'이다.
'킹덤'은 넷플릭스에게 한국 콘텐츠의 효율성을 알린 작품이다. 한류 콘텐츠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킹덤'은 2020년 시즌2 이후 2021년 스핀오프 영화인 '킹덤: 아신전'이 공개됐다. '아신전'은 '킹덤' 시즌2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의문의 캐릭터 아신(전지현)의 성장사를 다루고 있다.
아신을 보여줬다면 이제 시청자들은 '킹덤' 시즌3'을 기대하게 된다. 시즌2의 마지막에 등장한 아신과 이창(주지훈)의 서사는 4년째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킹덤'은 좋은 성과를 냈던 작품인 만큼 넷플릭스와도 긍정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김은희 작가가 "시즌3 합시다"라고 하면 넷플릭스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킹덤' 시즌3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은희 작가 팬들에게 '킹덤' 시즌3을 보기 어렵다는 소식은 악재이자 호재일 수 있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보다 먼저 준비하는 작품이 바로 '시그널' 시즌2이기 때문이다. '시그널' 시즌2는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등 오리지널 배우들이 모두 합류해 올 하반기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킹덤' 시즌2와 '시그널' 시즌2 사이에 김은희 작가는 '지리산'과 '악귀'를 집필했다. '킹덤' 시즌3은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느라 나오지 못한 모양이다.
차기 시즌을 내는 것은 넷플릭스나 시청자들에게 모두 이로운 일이다. 넷플릭스는 성공이 보장된 IP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고 시청자는 사랑했던 캐릭터를 더 만날 수 있고 '아는 맛'을 좀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글로리' 시즌2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