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人] 조선업의 아버지-신동식②

조선산업 중장기 발전 위한 마스터플랜···발전 방향 설정 해사부 필요성 주장···10여개 부서 연관 인허가 일원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등 첨단기술 바탕 성장 이어갈 것"

2024-07-20     김수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승리하는 자는 절대 중단하지 않는다, 성공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된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6·25 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마음으로 반드시 경제 발전을 이뤄내리라 다짐했다. 

신 회장은 조국의 부름을 받은 1960년대 한국의 상황을 '하루에도 쌀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몇백 명씩되는 지구 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빈곤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고 회상한다. 한국은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주요 수출품은 김, 해산물, 인모 등으로 외화 벌이에는 제한적이었다. 

신 회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조선 산업에 주목하며,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조선 산업이 필수적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며, 대형 선박의 수요는 필연적으로 뒷따라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철강, 엔지니어링 등 연관 산업간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

신 회장은 당대 세계 최대 조선소가 15만톤의 선박을 건조할 때, 30만톤 이상의 선박을 건조 가능한 조선소를 기획했다. 초대형 조선소는 앞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며, 우리나라를 도약으로 이끌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로서 선경지명을 보인 신 회장 덕분에 현재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둥이 됐다. 신 회장이 당시 기획했던 초기 조선 산업을 들여다 본다.

신동식

◇ 청와대 수석 비서관으로의 활동
신 회장은 36세를 맞은 1968년 청와대 경제 수석으로 임명됐다. 국내 최초 수석 비서관이라는 감투가 씌워졌지만 그는 스스로를 '국가가 공인한 고급 거지'라고 생각했다. 

국내 인프라가 전무했던 우리나라에서 그가 맡은 일은 외국의 원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그는 외국에서 받은 돈, 기술, 노하우를 통해 공장을 짓고,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했다. 이후 그는 1년 중 200일 이상을 해외에 돌아다니며 경제 원조를 부탁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고, 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시기 그는 한국조선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작성했다. 당시 국가적으로는 경제개발 1·2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중화학 공업으로 산업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장기 발전 마스터 플랜을 작성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수내부와 국회 및 경제계 중진들에게 보고하고 건의했다. 해당 문서는 당시 세계 조선공업 동향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국내 조선공업 발전 방향과 좌표를 설정한 역사적인 이정표로 평가 받는다.

그는 행정 업무를 일원화시키는 해사부 조직의 필요성도 주장하며 행정적 역량도 발휘했다. 그가 세운 조선공업 발전 계획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행정적 일원화가 뒷받침돼야 했다. 당시에는 규제가 많아 조선소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10여개의 부처에 허가를 각각 받아야 했다. 허가받는 기간만 10년이 걸릴 수 있어 개혁이 필요했다. 이후 그는 과도기적인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본인이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이곳에서 조선, 해운, 수산, 항만 등 해사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지원법령 재정 등을 수행하며 산업발전에 기틀을 다졌다.

◇ 퍼스트 무버로서 준비하는 미래
일각에서는 현재 조선 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성격으로 위기를 맞았다고 우려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임금이 상승해 저임금 국가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읽으며 '여전히 기회다'라고 말한다. 현재 조선산업은 첨단 기술이 중시되는 기술집약적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현역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그는 2021년 탄소중립에 앞장서는 카본코리아를 설립했다. 카본코리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CCUS 기술(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갖춘 노르웨이의 한국 법인이다. 그는 마지막 봉사하는 마음으로 설립에 나섰다고 한다.

해운 산업으로 발생되는 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인 11억톤(tCO2eq)에 달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 IMO를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정책을 만드는 등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퍼스트 무버로서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정책이 강화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2023 기후변화·탄소중립·CCUS 시장동향과 유망 기술개발 및 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CS 시장은 2020년 2조1388억원에서 연평균 17%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4조68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그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첨단 기술이 바탕이 된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등으로 꼽았다. 현재 30만t급 선박 하나가 중형차 2000대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는 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해 저탄소에서 무탄소 선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또 사람이 타지 않는 자율운항선박은 최적 항로를 운항하며 탄소 배출량, 운임, 과실 등을 감소시켜 경제성과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신 회장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