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당대출' 616건···금감원, 엄중 조치 예고
평가액 부풀려 초과대출 등 내부통제 미흡 이달 '부동산 감정평가 점검시스템' 도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자체적으로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표본점검(1만640건)을 실시한 결과, 의심 거래 616건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의심 거래 616건 중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 사례는 124건이었으며 여신취급 관련 내규 위반 사례는 492건이었다. 초과대출의 경우 매매가격 부풀리기, 분양가격 부풀리기, 임대료 부풀리기, 임대소득 과다산정, 선순위 과소차감 등의 방식이 동원됐다.
구체적으로 공인중개사 없이 매도인·매수인이 작성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매매금액이 실거래가보다 2배 이상 높게 작성한 사례와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서의 분양가격이 실거래가의 2배 수준으로 높게 작성된 사례를 확인했다.
임대차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임대료 유예기간이 있어 사실상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계약서상 월세 금액을 그대로 적용해 임대소득을 과다 산정한 사례도 확인했다. 상가 담보물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선순위임대차 권리액을 차감하지 않고 대출한도를 높게 산정한 사례도 발견됐다.
현재 은행 검사부는 초과대출 의심거래 건에 대해 대출취급 경위, 직원의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2차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종료 즉시 금감원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2차 정밀조사가 진행중인 초과대출 의심거래에 대해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위법·부당행위를 신속·엄중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다수 은행이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나 대출한도 과다산출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상의 미비점도 확인됐다. 상당수 은행에서 영업점 대출 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취급자의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분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없이 담보가액을 그대로 사용,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대출 취급자가 담보인정비율(LTV)을 높게 적용하더라도 검증·통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미비했고 임대차현황서 확인, 현장조사 등도 소홀하게 이뤄졌다.
이에 금감원은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을 위해 모범규준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전 은행 공통 개선과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매매가·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대출한도 과다산출을 통제하는 은행의 사고예방체계가 제대로 작용될 수 있도록 감독·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번 점검기간 중 도입된 '부동산 감정평가액 점검시스템'이 차질없이 가동돼 일선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은행별 운영현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효성이 큰 모범 운영사례를 은행권과 공유해 부동산담보대출 사고예방을 위한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욱 고도화될 수 있도록 지속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