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누적부실 해소 등 시장안정 최우선"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31일 "금융시장 안정은 금융위원회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로 누적된 부실을 해소하고 새로운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부동산 PF, 가계부채, 자영업자 대출, 제2금융권 건전성 등 현재 직면하고 있는 4대 리스크를 속도감 있게 해소할 것"이라며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시장 불안과 시스템 전이의 주요 요인인 만큼 부문별로 지분금융(Equity Financing)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시장규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시장이든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순간 유지될 수 없다"며 "시장참가자 누구라도 위법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완전 판매, 불법사금융, 불법공매도, 불공정거래 등 금융업권별, 금융시장별로 위법·부당행위를 분석해 사전 예방과 사후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금융회사 책무구조도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은 사전 예방조치로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는 한편,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제재와 처벌을 더욱 강화해 다시는 금융권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업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질서 체계 마련도 예고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인구구조 변화, 기후위기, 공급망 재편 등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민간이 때로는 낡은 규제 때문에, 때로는 제도의 공백 때문에, 때로는 홀로 감내하기 어려운 위험 때문에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을 주저하고 있다면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규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변화된 환경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금융회사의 업무범위도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며 "필요한 제도는 적극적으로 만들고 정책금융은 보다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역할을 하도록 운영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부위원장은 직원들을 향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접근해달라"며 "우리 정책의 최종 고객은 가계, 소상공인, 기업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금융소비자라는 점을 잊지 말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집행을 통해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달라"며 "정책기획 단계부터 현장의 효과를 짚어보고 실제 집행 과정에서 미흡한 점은 계속 보완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금융의 관점으로 바라보되, 금융을 넘어서는 시야를 가져달라"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 거시적, 구조적 시야를 바탕으로 때로는 금융을 넘어서는 대안도 고민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다른 부처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금융위원회가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작지만 유능한 정예부대'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불필요한 업무, 중복되는 업무, 형식적인 업무는 과감히 줄이고 여러분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신임 금융위원장은 이날부터 임기를 이어간다. 티몬·위메프 사태, 가계부채 등 긴급한 금융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별도 취임식 없이 바로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