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⑤] '생성형 AI' 후발주자···사법 리스크 속 새 전략 짜다

챗GPT가 불러온 글로벌 생성 AI 열풍, 카카오는 어떻게 뒤쳐졌나 사법 리스크에 글로벌 사업·투자 유치 한계···'서비스 중심 AI' 새 전략

2024-08-03     이도경 기자
카카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비상경영 체제로 카카오를 이끌게 된 정신아 대표에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그간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평가받던 인공지능(AI) 신사업 동력 확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각자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카카오에 닥친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 회사의 AI 경쟁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챗GPT'가 불러온 글로벌 AI 열풍···국내 기업도 '분주'= 앞서 지난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대화형 AI '챗GPT-3'가 두 달만에 전 세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확산되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기술 선점을 위한 극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구글은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했으며, MS는 자체 언어모델 '오르카(Orca)'와 '파이(Phi)' 시리즈를 개발하고 생성형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을 자사 전 제품에 적용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 역시 곧바로 신규 언어모델인 'GPT-4 터보'를 공개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디지털 시대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8억7000만 달러에서 오는 2030년 66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판도가 바뀌어가는 상황을 두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대화형 서비스 '클로바X', AI 챗봇 서비스 '큐(Cue:)' 등을 공개하며 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했고, 업스테이지를 비롯한 스타트업 역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일두

◇ 'AI 기대주' 카카오, 생성형 AI '후발주자'로= 당시 한국형 LLM '코GPT' 출시를 밝힌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던 네이버와 함께 AI분야의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과 각종 자회사를 통해 쌓아온 막대한 데이터 자산은 AI 사업 전개에 있어 카카오가 충분히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했다.

AI 기술 자산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카카오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이전인 2017년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대표로 나서 AI 기술 연구전문 자회사인 카카오 브레인을 설립, 네이버·삼성SDS 등과 함께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쌓아왔다. 

2019년에는 AI 챗봇 등을 개발·운영하던 사내독립기업(CIC) 'AI랩'을 분사해 AI 기반의 플랫폼·솔루션 개발 전문 B2B 기업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서비스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카카오브레인은 2017년 AI 오픈 플랫폼 '카카오 I'로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클라우드'를 비롯해 기업용 업무 메신저 '카카오워크', 음성인식 비서 '헤이카카오' 등 서비스 중심의 전략을 펼쳐나갔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카카오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영업손실은 2020년 366억3949만원에서 2022년 1411억 5527만원으로 매년 커져갔고, 카카오브레인 역시 2019년 영업손실 116억625만원에서 지난해 751억9510억원으로 적자 폭을 늘렸다.

이러한 상황에 챗GPT를 위시한 글로벌 생성형 AI 열풍이 불어닥치자, 카카오는 시장의 기대에도 개발 방향성에 대한 언급만 제시할 뿐 본격적인 움직임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간 R&D를 통해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종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던 네이버와의 AI 서비스 격차는 더욱 벌어져만 갔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나머지 사업을 정리했다. 코GPT 개발을 주도해온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는 지난 6월 회사를 떠났으며, 당초 카카오브레인이 챗GPT에 대항마로 제시한 '코GPT 2.0'는 현재까지도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정신아

◇ '정신아'호 AI 전략, 카카오 사법리스크 이겨낼까= 지난해 카카오를 덥친 사법 리스크와 경영 쇄신 분위기 속에 취임한 정신아 신임 대표(CEO) 체제에서 카카오의 AI 전략은 큰 변화를 맞았다. 견고한 자체 AI 모델이 없는 상황에, 이미 선점을 놓친 자체 AI 기술 확보 대신 차별성 있는 서비스 중심의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카카오는 지난 5월 영업 양수 및 조직 통합 절차를 통해 카카오브레인을 본사에 흡수합병했다. 지난 6월에는 LLM과 이미지 생성 모델 개발보다 AI 서비스 출시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출시한 이미지 생성 AI '칼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칼로 AI 프로필'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달 카카오브레인의 인력을 품은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하기도 했다. 카나나는 AI 서비스 중심의 조직 '카나나엑스'와 AI모델 개발 중심의 조직 '카나나알파'로 구성되며, 두 조직이 한 팀처럼 일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5월 주주서한을 통해 "카카오브레인의 사업 양수를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AI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생성형 AI 경쟁은 LLM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급격한 비용 증가와 명확한 수익 모델 부재가 주요 기업의 고민거리인 만큼 LLM 개발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발목을 잡는 것은 단연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과 사법 리스크다. 생성형 AI 시장 대응이 늦은 카카오가 추후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추후 주요 경영진의 유죄 판결 시 해외사업 및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향후 1~2년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공세에 대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비교적 후발 주자인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를 견디면서 눈 깜짝할 새 변화하는 AI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카카오가 AI에 대한 방향성을 지속 제시하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한 만큼, 공허한 선언보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