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 쪽 날개 꺾인 일본 증시, 저가매수 급할 필요 없다

2024-08-14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김성환

엔화 강세 폭격의 그라운드제로 일본 증시, 가격 매력은 생겼지만 저가매수에는 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엔화가치의 강세 반전은 표면적으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낳았고, 실질적으로는 투기적 세력들의 엔화/미국 국채 매도 포지션과 나스닥 매수 포지션의 급진적인 언와인딩을 촉발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집어놨다. 

그중에서도 한 달 만에 고점대비 27% 폭락을 겪은 일본 주식시장의 타격이 가장 컸다. 지난 2년간 외국인들이 엔화 매도 포지션의 반대급부로 일본 주식을 대거 매수해 왔는데, 엔화 강세가 촉발되면서 이 포지션들이 일시에 청산됐기 때문이다. 

대폭락의 결과로 일본 주식시장의 12MF PER은 12배로 하락했다. 20년 평균을 14% 하회한다. 가격은 일견 매력적이고, 시장 폭락을 지켜본 BOJ가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1보 후퇴한 점은 저가매수를 고민케 한다. 

그러나 어쨌든 엔화 약세 진행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일본 주식시장이 쉽게 초과수익을 달성해왔던 호시절이 이제 끝났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 엔화 약세 진행은 어렵기 때문에 실적 의구심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일본 증시는 내수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랠리를 펼친 것이 아니다.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거의 엔화 약세에 기인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수출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들의 단가를 매개로 이익을 증폭시켰던 것이 이익 증가분의 100% 이상을 설명한다. 제조업/수출 중심 구성상 엔화 약세의 종료는 기업이익의 매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BOJ가 1보 후퇴를 시사하면서 급진적인 엔화 강세로의 반전은 일견 저지됐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트럼프가, 내부적으로는 차기 총리 주자들이 엔화 약세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데다, 미-일 금리차 축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2분기 중 엔화가 약세였던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한 단기 내 달러-엔 환율이 전고점을 다시 돌파할 거란 시나리오는 배제할 수 있다. 

단순히 엔화 강세라는 '현상'뿐만 아니라, 이를 만드는 '동인'들도 일본 증시에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첫 번째는 일본 내 실질임금의 상승과 이로 인한 BOJ의 긴축 의지, 두 번째는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다. 전자는 임금 부담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요소고, 후자는 일본 수출시장에 대한 의구심이다. 

두 상황 모두 일본 기업이익에 부정적이지만 후자가 P, Q 관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미국 경기에 대한 의심이 제기된 후 일본 증시가 유독 폭락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현재 일본 주식시장은 가격 매력이 높고 기술적 반등도 가능해 보이나 이외에는 매력이 크지 않다. 워낙 낙폭이 컸기에 니케이(Nikkei)225는 추가 반등이 가능해 보이지만, 엔화 강세와 기업이익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전에는 밸류 트랩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가매수에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