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집값 상승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하지 않겠다"
물가만 보면 인하조건 조성···금융안정 위험도↑ 금통위원 6명 중 4명, 3개월내 인하 가능성 제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섣부른 인하 기대감을 자극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수 부분은 시간을 두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금융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불거진 정치권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내수부진 우려에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수가 생각보다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 소비성장률로 1.8%를 예상하고 있다. 잠재성장률(2%)과 비교해 크게 낮지 않다"며 "전반적인 경기나 소비가 나쁘다기보다 자영업자나 부채가 많은 취약계층의 소비가 낮고 고통을 받는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이른바 '영끌족'에 대해서는 강력히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번 정부의 공급대책은 과거에 비해 현실적이고 과감하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DSR이 강화될 가능성도 더 커졌고, 금통위원들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후 인하 가능성도 분명히 명시했다. 그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견해였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발표·시행될 것인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10월 인하가능성에 대해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며 "다만 포워드가이던스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 향후 나올 여러 지표를 보고 판단할 것이며, (금리 인하는) 11월에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물가가 둔화됐고 환율도 안정화된 반면, 경기 부진 우려가 강해졌다. 이에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럼에도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한 이유는?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된다. 또한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이 가속화될 위험도 있다.
다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내수 부분은 시간을 두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금융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충관계를 보고 금리를 동결하는 게 더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었다.
-과거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가 아닌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해당 의견과 상충되는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을 통화정책으로 잡는 게 목표가 아니다. 금융안정이 목표다. 금융안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그런 각도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문제는 부동산 공급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조절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한은이 이자율을 크게 낮춘다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에 한은 역시 공조할 필요가 있는 만큼, 부동산 쪽에 대해 언급한 것에 가깝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통화정책 전망은?
△저를 제외한 6명 중 4명이 3개월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견해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발표·시행될 것인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를 결정하자는 의견이다.
나머지 2명은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차가 걸릴 것이며, 향후 3개월까지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라는 생각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최근 정치권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관에서 내수 부진 우려를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KDI는 내수나 경제 성장에 좀 더 중점을 둬서 정책 제안을 한 것 같다. 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 (지금은) 금융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역시 당초 생각보다 더딘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하반기 소비성장률로 1.8%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2%)과 비교해 크게 낮지 않다. 전반적인 경기나 소비가 나쁘다기보다 자영업자나 부채가 많은 취약계층의 소비가 낮고 고통을 받는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계속 '영끌족'에게 경고하신 바 있다. 해당 경고는 현재도 유효한지?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것은 자기 책임이다. 다만 영끌족은 돈을 빌려서 하는 분들이다.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빠르게 오르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시점을 생각하고 있다면 두가지를 더 고려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먼저 이번 정부의 공급대책은 과거에 비해 현실적이고 과감했다. 공급정책이 실현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발표된 가운데, DSR이 강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어제 금융위원장께서 명시적으로 지금 발표한 수요 대책이 부족할 경우 추가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예다.
이밖에 금통위원들 역시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소수의견 제시 없이 포워드가이던스만으로 시장에 신호를 주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가.
△과거에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가 없어서 소수의견을 가지고 시장과 소통했다. 다만 지금은 3개월내 미래에 대한 방향을 소수의견이 아닌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은데, 이번 금통위는 전원이 소수의견 없이 동결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 중 4명이 미래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현재 결정과 미래 결정을 분리한 좋은 예다.
다만 미래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꼭 인하한다는 것은 아니다. 조건부라는 걸 다시 말씀드리며,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내부에서 계속 연구 중이다.
-10월 금통위에선 금리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지?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 현재 많은 기관과 매체에서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은은 그런 견해를 취합해 듣고 내부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다만 현재 포워드 가이던스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 10월에는 향후 나올 여러 지표를 보고 판단할 것이며, (금리 인하는) 11월에 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