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이어 JLR도 인정"···경쟁사가 더 환호하는 정의선 로봇개 '스팟'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서 만든 사족보행로봇 "미래 생산 전략 BMW i팩토리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 JLR "연말 리버풀 공장 정식 배치···미래 향한 중요한 발걸음"

2024-08-26     문영재 기자
지난해 CES에서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2022 CES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무대에 등장, 대중의 이목을 끈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로봇 '스팟'이 국내외 완성차업체 생산공장 지킴이로 낙점받으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장 내 시설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로, 2023년 10월 기아 광명 공장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올해 8월까지 기아 국내 전 공장, 현대차 싱가포르 혁신센터, BMW 햄스 홀 공장에서 시설물 관리자로 활약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현대차 울산·아산 공장, JLR 리버풀 공장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스팟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로봇이자 주력 제품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정보 수집 및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개발역량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2020년 약 1조원을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을 인수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30%(약 3700억원), 현대모비스 20%(약 2500억원), 정의선 회장 20%(약 2500억원), 현대글로비스 10%(약 1300억원)다. 이 중 눈에 띄는 투자자는 정 회장이다. 그는 신사업 확보를 통해 지속 성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재까지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확보에 들어갔다. 완성차 제조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인수 초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무명 업체였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사업을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 스팟을 생산공장 시설물 관리자로 운영하는 방법의 시장 진입 전략을 꾀했다. 시발점은 기아 화성 공장이었다. 그룹은 2021년 9월부터 광명 공장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했고, 2년 뒤인 작년 10월 화성 공장에 스팟 넉 대를 정식 배치했다. 주요 임무는 화재 폭발에 취약한 공정을 점검하고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현장 등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스팟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해진 순찰 영역을 자율적으로 이동한다. 특히 유연한 관절 움직임을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이동하기 힘든 좁은 곳을 꼼꼼히 살핀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현재 현대차·기아 국내외 공장은 물론, 독일 완성차업체 BMW의 생산공장에도 진출하는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

스팟을 도입한 첫 국외 완성차업체 BMW는 1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올 7월 영국 중서부에 있는 햄스 홀 공장에 정식 투입했다. BMW 엔진 생산 담당 부사장인 클라우스 폰 몰트케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팟은 시범운영 기간 공장 전체를 순찰하고, 시설물 유지 관리에 힘쓰며 동시에 생산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의 미래 생산 전략인 i팩토리를 실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햄스 홀 외에 다른 BMW 공장에서도 i팩토리를 구체화하고자 스팟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스팟은 올 하반기 현대차 울산·아산 공장에도 투입된다. 현대차 측은 "울산·아산뿐 아니라 전주에서도 스팟을 운영할 계획이다. 스팟은 공장 가동이 끝난 뒤인 밤 12시쯤부터 이튿날 오전 6시께까지 공장 내외부를 순찰하며 화재 감시 등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운용 결과를 검토해 국외 공장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만드는 영국 완성차업체 JLR의 생산공장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JLR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센터는 SNS에서 "최근 진행한 사내 로봇 교육에 스팟을 사용했다. 해당 로봇은 공장 내 시설물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올해 말 영국 서부 소재 리버풀 공장에 이 로봇을 정식 배치할 계획이다.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실증 단계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스팟 납품 이력을 늘리고 있다. BMW·JLR 등 유럽 현지 업체와 소통을 강화하고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무소도 개소했다. 성장성이 큰 만큼 기업 가치를 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추가적인 지분 확보도 이뤄졌다. 올 2분기 말 기준 지분율은 85.08%로 늘었고, 특히 정 회장 지분이 21.2%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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