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화석연료금융' 331.5兆···'탄소중립' 달성 적신호

신규 실행액도 증가세···사회책임투자포럼 백서 발간 "자산건전성 평가 시 기후리스크 고려 의무화 해야"

2024-08-27     김현경 기자
국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기업 지원 규모가 33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7일 양이원영 국회의원실과 130개 공적 및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화석연료금융 총 규모는 33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석탄금융 133조8000억원,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은 197조8000억원 등이었다. 민간금융은 211조2000억원, 공적금융은 120조3000억원으로 민간금융이 총 화석연료금융의 6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연료금융 신규 실행액도 2021년 27조9000억원, 2022년 40조9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 환율 인상 등으로 기업의 운영자금 및 시설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화석연료금융 지원 증가는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석탄금융을 대상으로 미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예측한 결과, 국내 금융기관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석탄 만기 계획을 유지할 경우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62조9000억원인 석탄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은 2053년에도 27조6000억원이 남아있게 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측은 석탄금융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이 신규 계약에만 적용되는 점을 꼽았다.

기존 계약의 약정 금액(잔액)에 대해서는 석탄금융이 지속 집행되고 있었는데, 실제 삼척블루파워발전소,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강릉안인화력발전소에 기존 계약건의 잔액이 남아있었다. 이는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제안한 2040년 전 세계 석탄 폐지 시나리오와 배치된다.

화석연료금융 리스크를 석탄 외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으로 확대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 잔액은 현재 화석연료금융의 59.7%(197조8000억원)로 석탄금융보다 더 큰 규모를 차지했다. 천연가스 발전소도 석탄 발전소와 같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관심은 미치지 않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시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금융기관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인 탄소중립과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 차원의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화석연료 기업의 비즈니스 생명을 연장하는 힘을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다"며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평가 시 기후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고려하고, 금융감독 또한 건전성 평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자본이 화석연료에서 녹색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