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①화재 원인 규명은 '아직' 제조사만 공개?

'배터리 인증제' 10월 시범 시행 예정···차량 출시 전 공단이 인증 업계 "제조사 공개가 화재 방지로 연결되지 않아···실효성 의문"

2024-08-28     김수현 기자
아파트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정부가 전기차 공포증(전기차 포비아) 확산을 막고자 '배터리 인증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기준을 통과하는 전기차들만 국내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골자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들과 배터리 제조사 등 관련업계에서는 최근 발생된 전기차 화재들의 원인도 조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사를 공개하는 것은 화재 방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정부의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에 따라 오는 10월 배터리 인증제 시범 사업을 실시 예정이다. 정확한 일정은 9월 후속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공단은 아직 구체적 일정을 전달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증제에 따라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팩에 대해 한국교통안전공단 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안정 성능을 통과해야 한다. 인증 기준은 기존의 자기인증적합조사 평가항목과 동일하다.

기존에는 자기인증제를 통해 자동차제작사가 스스로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차를 출시하면, 공단은 신차 출시 이후 자기인증이 적합했는지 연도별 조사차량을 정하고 자기인증적합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배터리 인증제가 시행된다면 차량 출시 전에 배터리를 공단이 인증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해당 제도를 내년 2월께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배터리 공포증이 확산되자 오는 10월부터 시범 도입기로 했다. 

정부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인증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사만을 밝히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인증제의 경우 제조사를 밝히는 것이 화재 방지 대책이 되는 살펴봐야 할 텐데 이 부분도 명확하지 않으며, 화재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사만 오픈하면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안정성 테스트는 이미 가혹하리만큼 철저히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바뀌거나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라며 "당장 10월부터 인증제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분석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자동차 화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에도 발생하며, 화재 관리는 배터리 제조 시에만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후 조립, 이후 관리 시에도 중요시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내연기관과 전기차 화재 건수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1만 대당 내연기관은 1.9대, 전기차는 1.3대에 불이 났다. 내연기관은 2021년과 2022년 화재 건수가 1만 대당 1.8대를 유지한 반면, 전기차는 같은 기간 각각 1대, 1.1대를 기록했다.

김종욱 한국폴리텍 VII 대학 메카트로닉스과 교수는 "화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차도 나며, 실제 화재 빈도를 살펴보면 내연기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라며 "배터리 안정성은 생산뿐만 아니라 완성차에 조립, 이후 관리 등으로 이뤄지는데 전 과정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