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당대출 막는다···은행 여신심사·절차 강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서 발생한 잇단 부당대출,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응하고자 여신 프로세스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한다. 여신 심사와 절차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금융사고에 책임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11개 은행 및 은행연합회와 '여신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부원장보는 "부당대출‧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신뢰회복을 위해 금감원·은행권이 다함께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힘을 같이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의 금융사고는 여신 프로세스상 허점을 잘 아는 내부 직원이 부당대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다.

또 점포‧인력 축소 등으로 영업점 직원의 업무부담이 증가하며 자체 내부통제상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영업점장 전결여신 대상의 본부부서 감리도 대폭 감축되는 등 영업점 여신에 대한 전반적인 내부통제 수준이 약화됐고 여신업무의 디지털화로 관련 증빙서류들에 대한 진위성 확인 절차도 미흡했다.

이에 당국은 △여신 중요서류에 대한 진위확인 절차 강화 △담보가치 산정 및 검증 절차 개선 △임대차계약 실재성 확인 강화 △용도 외 유용 자금에 대한 사후점검 기준 보완 등을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 여신취급 직원이 고객의 서류를 위·변조해 여신심사에 활용할 수 없도록, 소득‧재직서류 징구시 공공마이데이터 징구원칙 규정화, 중요서류 진위확인 강화 등을 추진한다.

또 담보가치를 과다하게 산정, 대출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도록 장기 미분양 등 취약 물건 담보평가에 대한 자체 검증절차를 강화하고 본점 심사를 확대하는 등 검증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RTI(임대업 이자상환비율) 규제회피를 위해 임대차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대출을 용도 외 유용한 경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계약 이행 확인 절차 수립 △임대차계약 내용과 다른 사실 발견 시 대응 프로세스 마련 △자금 용도외유용 점검 기준 보완 등을 추진한다.

금감원은 이날 킥오프 회의 이후 은행검사1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실무작업반을 운영, 다음달까지 실무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모범규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제도개선과 함께 정기검사시 여신 프로세스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사고에 책임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는 방침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보완이나 사후제재만으로 위법‧부당행위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일선 직원들이 높은 윤리의식, 책임감을 바탕으로 여신업무를 할 수 있도록 준법교육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