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8월 가계빚 증가폭 '역대 최대'···대출절벽 현실화

은행별 한도 축소에 스트레스 2단계 DSR 시행 연소득 1억원 차주, 9월부터 한도 5600만원 축소 빗장 걸어잠근 은행권···무주택자만 대출 내준다

2024-09-03     김현경 기자
서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10조원에 육박,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빗장을 걸어잠궜지만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른 대출 수요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출 절벽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존 기록인 2020년 11월 증가폭(9조4195억원)보다도 2000억원 이상 많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전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8조9115억원 늘었는데, 이 역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그동안 감소세를 이어오던 신용대출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6068억원에서 103조4562억원으로 한 달 새 8494억원 늘었는데, 은행들이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배포한 가계부채 관리대응 관련 자료에 따르면 21일 기준 4대 은행의 연간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150.3%에 달했다. 약 8개월 만에 연간 목표치의 50%를 넘어서는 초과 대출이 실행됐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은 7~8월에 대폭 늘었는데, 이는 7월 들어 본격화된 은행권의 금리 줄인상 조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7월부터 20여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보다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거나 MCI·MCG 가입을 중단하는 등 대출한도 줄이기에 나섰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지난해 초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완화한 바 있는데, 이를 은행들이 다시 자체적으로 걸어잠그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다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생활안정자금도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1채라도 보유했다면 수도권에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려는 목적의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 전세대출도 전 세대원이 모두 무주택자여야지만 지원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지역과 무관하게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일괄 중단했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출 절벽'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 수도권 주담대에는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그 외 지역 은행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돼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면서 연 4.5% 금리(변동형·분할상환·30년만기)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는 6억3000만원까지 한도가 나왔지만 이달부터는 5억7400만원으로 한도가 5600만원 줄어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중단이 현재까지 나온 규제 조치들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가 월별 총량규제"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총량규제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고, '대출 오픈런 사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