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검은 원숭이' 열풍인데"···국내 콘솔 게임 현주소는

펄어비스·넥슨·크래프톤 등, AAA 콘솔 신작 준비 잇따라

2024-09-23     이도경 기자
22일(현지시간)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중국 게임 개발사 '게임사이언스'가 지난달 20일 출시한 '검은 신화: 오공'이 세계적인 열풍을 지속하며 중국 게임 산업의 저력을 또 다시 증명했다. 과거 국내 게임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지난 2020년 '원신'의 기록적 흥행에 이어 콘솔 시장에서도 소프트 파워 성장을 거듭한 것. 이에 국내 게임업체들의 행보 역시 주목받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저변이 부족한 상태다. 부족한 저작권 의식에서 비롯된 불법 다운로드와 새 하드웨어 구입에 대한 소비자 부담 등으로 인해 콘솔 게임이 자리잡기 힘든 환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대표 작품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중된 점이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러나 게임환경이 변화하면서 콘솔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유사 장르의 급증과 점차 독성이 강해지는 BM(사업 모델) 등으로 MMORPG에 피로감을 높아지고 있으며, 체험적 경험을 중시하는 글로벌 PC 플랫폼 '스팀(Steam)' 등의 성공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콘솔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콘솔게임시장에 대한 성장세를 확인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으로 콘솔 전용 게임 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포화된 시장이 엔데믹 이후 점차 가라앉는 추세에 접어들면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콘솔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분위기다.

콘솔시장을 노린 신작들도 내놓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규모는 지난 2018년 5285억원에서 2022년 1조1196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22년 선발대로 출발한 크래프톤의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국내 업체들은 콘솔시장 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출시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올해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 웰메이드 콘솔 게임이 잇따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콘솔 시장 개척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기세를 모은 국내 게임사들은 현재 AAA급 콘솔 신작을 준비하며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2024'를 시작으로 최근 기대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 사막'의 신규 정보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해당 게임은 지난 2019년 지스타에서 최초 공개 후 국내외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당초 2021년 경으로 예정된 출시일이 지속 연기되며 원성 아닌 원성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지난 달 게임스컴 현장서 보스전 플레이 영상과 함께 최초로 일반인 대상으로 데모 플레이 방식의 시연을 진행하며 또 다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체험해 본 게이머들은 잇따라 '기다림이 무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붉은사막'의 정식 출시일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내년 2분기 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넥슨은 콘솔·PC 기반의 하드코어 액션 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내년도 출시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카잔은 넥슨 인기 IP(지식 재산)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품으로, 플레이어는 원작 내 '오즈마 레이드'에서 주요 적으로 등장했던 '카잔'이 돼 자신을 배신한 제국을 향해 복수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지난달 함께 공개된 게임플레이 영상에서는 '카잔'이 펼치는 강렬한 전투와 보스전, 독창적인 3D 셀 애니메이션 기반 그래픽 등이 돋보였다. 스토리 부문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따라 다른 결말로 이어지는 멀티엔딩 방식을 채택했으며, 원작을 잘 모르는 서구권 게이머들도 '카잔'의 복수극에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넥슨 측은 설명했다. 

국내 콘솔 게임이 전투형 액션 RPG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하반기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인조이)' 출시로 동종 장르 대표 주자인 '심즈(Simz)' 시리즈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인조이는 강력한 자유도와 커스터마이징, 고품질의 그래픽 등으로 지난 게임스컴 공개 당시 큰 호평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콘솔 게임 개발 인력이 크게 부족했던 데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하드웨어를 구매해야 한다는 소비자 부담이 맞물려 콘솔 개발이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크로스 플랫폼 발전으로 개발 부담이 줄어들고, 온라인·모바일 게임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자 대형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콘솔 게임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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